최근 몽골인의 ‘갑질’ 신고로 논란이 되고 있는 청와대 게시판의 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신나리 정치부 기자
지난달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몽골인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의 글이 올라왔다. “한국 입국을 위한 관광 비자를 접수·신청하면 70일 동안 진행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로 기다려야 한다”는 호소다. 의문은 주몽골 한국대사관 관계자와 주변인들을 접촉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현지의 한 교민은 “입국비자 한 번 발급받으려고 여권을 대사관에 맡기면 80일이 걸려요. 오죽하면 몽골 사람들 사이에서 ‘여권을 외국 통행용 하나, 한국비자 발급용 두 개 갖고 있어야 된다’는 얘기가 나오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비자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거점마다 비자발급센터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현지에선 ‘그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다’라고 고개를 젓는다. 주몽골 한국대사관이 비자 발급 접수 대행기관을 10곳이나 지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몽골 대사관에 한국행 비자를 신청하는 몽골인은 하루 평균 800명. 이 중 비자가 발급되는 몽골인은 4분의 1 정도인 200명 안팎이다. 최근에는 90일 체류 비자를 받은 몽골인이 50일 이상 한국에 머물다 돌아오면 다시는 한국행 비자를 받을 수 없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일부 몽골인들이 불법 체류를 택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몽골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비자를 받아주겠다는 브로커들이 판을 친다. 현지 소식통은 “몽골인들 페이스북에 ‘한 사람당 500만 투그리크(약 225만 원)만 내면 한국대사관에서 비자 발급해주겠다’고 대놓고 알선하는 글들이 차고 넘친다”고 전했다.
현지 브로커 간의 통화내용에선 “지난번에 1인당 300만 원인가 500만 원인가 돈을 주고 간다 그랬잖아?” 라는 유사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A 대사는 부당한 비자 재심사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하지만 A 대사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익과 인도주의적 사유가 해당되면, 그리고 영사에게 접근이 어려우면 ‘다른 경로’로 그런 게(재심사 부탁) 온다”고 말했다.
영사 업무는 외교관계의 가장 기본이다. 대사가 나서서 ‘우회적 방법’을 언급할 정도라면 외교부가 직접 점검에 나서야 할 때다.
신나리 정치부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