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노조 “1000명 증원 약속지켜라”… 결렬땐 내달말 파업 강행키로 우정본부 “적자로 인력확보 어려워”
“과로사가 웬 말이냐. 토요일 택배배달 폐지하고 주 5일제 시행하라!”
2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차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 소속 지부장과 조합원 600여 명이 모여 우정사업본부와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충남 공주우체국 소속 집배원 이은장 씨(34)가 13일 과로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근로조건을 개선해 달라며 집배원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이 씨는 전날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자리에서 우정노조는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은 “올해만 집배원 8명이 죽음으로 내몰렸고, 지금도 집배원 2명이 과로로 의식을 잃은 채 사경을 헤매고 있다”며 “우정노조 역사상 처음으로 쟁의조정을 신청하고 결렬 시 다음 달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우정노조는 집배원을 포함한 조합원이 2만8000여 명에 이른다.
당초 추진단은 지난해 10월 정규직 집배원 2000명을 더 뽑아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올해 정부 예산에 이 인건비가 반영되지 않아 무산됐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올해 1분기(1∼3월) 안에 비정규직 집배원 1000명을 충원하기로 했지만 우정사업본부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약속을 어겼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올해 우편사업에서 2000억 원가량의 적자가 예상돼 인력을 확보할 여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노사는 4차례 실무교섭 회의를 열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한 상태다. 우정노조는 다음 달 10일을 전후해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한 뒤 협상이 결렬되면 6월 말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의 파업권은 인정하지 않지만 집배원은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으로 파업권을 인정받고 있다. 만약 집배원 파업이 현실화되면 우편물을 분류하는 우편집중국에서부터 인력이 빠져나가 ‘우편물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아직까지 노사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노조와 계속 협상해 원만하게 해결되길 기대한다”며 “만약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집배원들의 노동시간이 전반적으로 52시간을 넘지 않는 점을 확인했다”며 개입할 여지가 작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정노조 측은 “일찍 출근해도 지정된 시간에 출근한 것처럼 입력하고, 퇴근 입력을 한 뒤에도 업무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