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MIT의 리더십 모델에 따르면 리더가 갖추어야 할 역량 중 하나는 센스 메이킹(sense making)이다. 센스 메이킹이란 윅이 소개한 개념으로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자기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행동을 말한다. 즉,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자기 나름의 지도를 그리는 행위다.
미국 백악관 담당 기자로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여섯 명의 대통령을 취재해 온 케네스 월시는 미국 내 감옥을 제외하고는 백악관처럼 외부와 단절된 시설이 없다고 봤다. 그는 대통령이 국민의 일상으로부터 격리되는 것을 미국 대통령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보았으며 이러한 현상을 전문가들은 ‘버블’이라고 부른다고 자신의 책 ‘백악관의 죄수들’에서 적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것이 계속 나타나며, 향후 어떻게 변할지 불확실하고, 우리는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시나리오 플래닝 팀은 이런 세상의 특징을 격변(Turbulence), 불확실성(Uncertainty), 새로움(Novelty), 애매모호함(Ambiguity)으로 정의하고 앞 글자를 따서 튜나(TUNA)라고 부른다. 업무상 마주하는 환경도, 커리어를 쌓아가는 환경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일수록 센스 메이킹의 능력, 즉 자기만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세상에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려야 할까. 중요한 것은 낯설고 다른 의견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늘 들어가던 사이트가 아닌 다른 곳을 들어가 보자. 서점에서 늘 가던 곳이 아닌 낯선 코너에 가서 어떤 책들이 있는지 보자. 나와는 다른 경험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에 한 번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읽지 않던 분야의 책이나 잡지, 신문을 읽고 별 관심이 없던 장르의 예술이나 전시회 등을 찾아가 본다.
낯설고 다른 것에서 우리는 새로운 방식을 배울 수 있다. 영화감독, 소설가, 작곡가는 작품을 어떻게 만드는지, 디자이너는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를 보며 우리는 직장의 프로젝트 수행이나 내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의 아이디어를 얻을지 모른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가 그랬다. “만약 두 사람이 똑같은 의견이라면 한 사람은 필요하지 않다”라고. 센스 메이킹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지도에 대해 한 번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그래야 자기 지도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의 의견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지도가 틀리면 어쩌냐고? 윅은 스페인 군대 이야기를 놓고 이렇게 말했다. “어떤 지도든 괜찮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