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잔혹해지는 청소년 학교폭력
“LG유플러스 쓰는 사람 다 나와!”
전북 지역의 중학교 2학년생 A 군 등 6명은 3월부터 교실마다 돌아다니며 이렇게 으름장을 놨다. LG유플러스에서만 제공되는 월 3300원짜리 ‘듀얼 넘버’ 서비스에 가입하라고 강요한 뒤 새로 생성된 휴대전화 번호를 빼앗아 선배들에게 상납하기 위해서였다. 듀얼 넘버는 휴대전화 한 대로 번호 2개를 쓸 수 있게 해주는 부가서비스다. A 군 일당은 같은 학교 1, 2학년 학생들한테서 받은 번호를 선배들에게 넘겼다. 선배들은 이 번호를 1개당 3만 원을 받고 인터넷을 통해 팔았다.
○ 범죄 행위 강요하는 청소년들
초등학교 동창 7명으로 구성된 경기 남부지역의 한 중학생 폭력조직은 올해 흉기를 들고 거리를 배회하는 ‘동네의 무법자’였다. 이들은 거리에서 흉기를 휘둘러 현수막이나 나뭇가지를 자르며 위세를 떨쳤다. 거리에서 마주친 또래 학생이 노려봤다는 이유로 30여 분 동안 집단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 위력을 과시하기 위해 동네 청소년 20여 명을 불러 폭행 장면을 지켜보게 하기도 했다.
대전의 여중생 13명으로 구성된 한 폭력조직은 왜소한 동갑내기 남학생 B 군을 6개월 동안 괴롭혔다. B 군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중국 음식점에 발신번호 표시 제한으로 하루 수십 통씩 허위 주문 전화를 걸었다. B 군에게는 “짱× 몇 그릇 가져와라”며 놀려댔다. 젊은 교사들도 이 폭력조직의 타깃이 됐다. 이들은 ‘○○○ 선생 수업시간에는 모두 엎드려라’고 지시했다. 겁에 질린 학생들은 이들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후배들에게 중고거래 사기 범죄를 강요하고 돈을 뜯어내는 학교 폭력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남 거제시의 중학생 C 군 등 2명은 자기 통장을 학교 후배들에게 건넨 뒤 중고거래 사이트에 명품 가방 등을 허위로 팔고 돈을 인출해오라고 강요했다. 이들은 후배들이 지시에 따르지 않자 모텔에 감금하고 마구 때렸다. C 군 등은 후배들에게 인터넷 사기범죄를 강요해 챙긴 400만여 원으로 가출 생활을 이어갔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검거된 소년범들의 범죄 유형을 보면 사기 등의 지능범죄로 붙잡힌 경우가 매년 1만 명 안팎이나 된다.
○ 학교·가정서 방치되는 청소년 돕는 경찰
김 경장이 즉각 D 양을 만나보니 학교 폭력뿐 아니라 집안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심각했다. D 양 어머니는 “엄마가 선생님인데 너는 공부를 잘해야 한다”며 일정 목표 점수를 넘기기 전까지는 외출까지 통제해왔다.
김 경장은 D 양을 괴롭힌 학생을 학교폭력위원회에 회부시키도록 하고 D 양 어머니를 만나 여러 지원책을 제시했다. D 양은 요즘 우울증 약을 끊고 학교생활을 즐기며 음악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D 양은 김 경장에게 “병원에 갈 때마다 엄마가 지쳐가는 게 보여 슬펐는데 경찰 아저씨가 내 말을 잘 들어주고 직접 나서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조동주 djc@donga.com·김소영·박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