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비자 입국 중국-대만인 구속… 냄새 안나 2주간 아무도 눈치 못채 경찰 “치밀한 준비… 배후 조사”
서울 시내 호텔방에서 12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의 필로폰을 몰래 제조한 외국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2주간 호텔방에 머물며 시가 120억 원 상당의 필로폰 3.6kg을 만드는 동안 주변 어느 누구도 이 같은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필로폰을 제조한 혐의로 중국인 A 씨와 대만인 B 씨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달 14일 관광비자로 입국한 뒤 ‘상선’의 지시에 따라 역할을 분담해 필로폰을 제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 씨가 필로폰 주 원료인 에페드린을 우편으로 보내주면 A 씨가 이 원료를 가공해 필로폰을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약 제조업자들은 필로폰을 만들 때 특유의 역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농촌이나 산골의 비닐하우스 등을 이용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들은 호텔방에서 필로폰을 제조하면서 냄새를 거의 풍기지 않았다. 필로폰을 만들 때 전력 소모가 많다 보니 호텔방이 전기 과부하로 한 차례 정전된 적이 있을 뿐이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도구 역시 전기레인지와 비커 등 간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의 필로폰 제조 기법을 조사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와 B 씨가 입국 전부터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치밀하게 필로폰 제조를 준비했다. 작업을 주도한 배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