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무명 재일한국인, J리그 꼴찌를 환호 속으로

입력 | 2019-05-29 03:00:00

7일 팀 맡은 북한국적 김명휘 감독
1승 그친 사간 도스 3연승 이끌어… 월드스타 대신 노장 중용해 성공
작년에도 대행 맡아 강등 탈출




“팀을 위해 몸 바쳐 싸우는 11명을 뽑고 싶다.”(김명휘 감독·38·사진)

시즌 초반 J리그 사간 도스는 최악이었다. FC바르셀로나 선수 출신의 루이스 카레라스 감독(47)과 ‘무적함대’ 스페인 대표로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한 페르난도 토레스(35)가 있었지만 리그 10경기에서 1골만 기록하며 1승 1무 8패에 그쳤다. 감독은 지난해 말 팀을 맡으며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변화’는 14위에서 꼴찌 18위로 추락이었다. 지난해 중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이적한 토레스는 카레라스 밑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전성기가 지났다고는 해도 리버풀, 첼시 등의 ‘빅 클럽’에서 224골, 대표팀에서 38골을 넣으며 유럽축구선수권대회 2차례(2008·2012년), 월드컵 우승(2010년)에 앞장섰던 그였다.

구단은 카레라스를 해임하고 7일 김명휘 코치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북한 국적으로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선수로는 J리그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02년 K리그 성남 유니폼을 입었을 때도 2군을 벗어나지 못했다. 선수로서는 무명이었지만 지도자로서는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2014년부터 사간 도스 15세 이하, 18세 이하 감독을 거쳐 성인 팀 코치를 맡았다. 지난해 후반 감독대행을 맡아 강등 위기의 팀을 구한 것도 그였다. 당시 잘린 감독은 이탈리아 세리에A 출신의 마시모 피카덴티(52)였다. 피카덴티 감독을 경질하고 김명휘 감독대행 체제를 꾸렸던 구단은 다시 카레라스를 감독으로 임명했다가 몇 개월 만에 김명휘 감독을 정식으로 선임했다.

김 감독은 11일 감바 오사카와의 데뷔전에서 토레스를 벤치에 앉혔다. 후반 40분에 투입했지만 승리를 확정한 뒤였다. 그 대신 선발로 내세운 선수는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받았던 도요다 요헤이(34)였다. 임대 신분으로 지난해 K리그 울산에서 뛰었던 그는 9경기에서 2득점 1도움을 기록한 뒤 6월에 조기 복귀했다.

카레라스 감독 시절 교체 멤버였던 도요다는 김 감독의 데뷔전에서 승리에 쐐기를 박는 페널티 킥을 성공시킨 뒤 후반 40분 토레스와 교체됐다. 3-1 승리로 5연패를 끊은 사간 도스는 17일 히로시마, 26일 가시마를 각각 1-0으로 꺾었다. 도요다는 가시마전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고, 토레스는 5년 만의 팀 3연승을 벤치에서 지켜봤다. 김 감독은 “도요다는 출전하지 못할 때도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 체제 3경기 만에 18위에서 14위가 된 사간 도스는 다음 달 1일 세레소 오사카를 상대로 4연승에 도전한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