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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국정원 정치개입 금지 위반” 서훈 원장 고발

입력 | 2019-05-29 03:00:00

서훈-양정철 비공개 회동 파장
靑 “과도한 해석 말라” 대응 자제… 함께 참석한 기자 “선거 얘기 안해”
실세 모임 재수회 수면위 드러나… 여권, 총선 미칠 영향력 놓고 촉각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비공개 만찬 회동을 두고 정치권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야권은 즉각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국정원의 정치 개입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반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대응을 자제하며 상황 관리에 나섰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는 두 사람의 회동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난 ‘재수회(再修會)’의 존재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28일 서 원장을 국정원의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 9조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 회동을 두고) 여당 내 공천 추천자 정보 수집, 야당을 죽이기 위한 정보 수집, 국정원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 모의 시도라는 시나리오가 있다”고 비판했다. 황교안 대표도 “아무리 사적인 만남이라도 지금은 만나선 안 될 때다.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오후 국정원을 항의 방문했다. 국회 정상화 여부와 연결돼 있는 정보위 개최 카드 대신 현장 방문을 통해 여권을 압박한 것이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내가 국정원장 전화번호를 급히 달라고 5번이나 (국정원에) 요청했는데 정보위원장인 나도 받지 못했고 (국정원장을) 1분도 독대한 적이 없다”며 “(4시간 이상 만났다면) 두 사람이 최소 1시간 동안 독대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문제를 총선 국면에서 어떻게 여당에 유리하게 활용할 것인지 말을 나눴을 것이라고 추론한다”고 말했다.

여권은 대응을 자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두 사람의 사적 만남에 대해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고만 했다. 다만 내부에서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드러난 문재인 정권 막후 실세 그룹 재수회의 역할을 두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문재인을 재수시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이라는 뜻의 재수회 주요 멤버가 실제로 현 정권의 ‘핵심 실세’들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양 원장이 얘기한 총선 병참기지가 사실은 재수회가 아닌가 싶다”며 “재수회 소속인 양 원장이 그릴 총선 밑그림에 끼칠 재수회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안 된다”고 밝혔다. 한 재선 의원은 “결국 친문 ‘순혈’은 따로 있나 보다. 의원들끼리 이해찬 대표가 공언해 왔던 ‘당 중심’ 공천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들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회동에 참석한 ‘제3의 인물’은 MBC 김현경 기자(통일방송추진단장)로 확인됐다. 김 기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셋이 만났다. 양 원장의 귀국 행사 자리가 모임의 기본 성격이었다”며 “마지막까지 계속 같이 있었는데 선거 얘기는 안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서 원장이)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국내정치 파트가 없어져 대외 소통 창구로 유일하게 내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고도 전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