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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장 모든 출입문 봉쇄… 건물 주변에도 천막 치고 농성

입력 | 2019-05-29 03:00:00

[현대중 노조 주총장 점거시위]현대중 노조 전면파업 돌입
문화센터 이용 시민들 출입 막혀, 使측 퇴거요청… 노조 42명 고소
“주총장 변경 아직은 검토 안해”, 경찰 “강제진입 계획 없어”



노조 “31일까지 점거 농성 안 풀것” 28일 오전 전면파업에 돌입한 현대중공업 노조원 약 2000명이 전날 다른 노조원들이 점거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 광장에서 파업 집회를 벌이고 있다. 노조는 회관에서 임시 주주총회가 예정된 31일까지 점거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울산=뉴스1


현대중공업 사태가 극한 대치로 치닫고 있다. 31일 임시 주주총회(주총)가 열릴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이틀째 점거 중인 노조는 28일 건물 밖 광장에 천막을 치고 동조 농성을 벌이는 등 투쟁 수위를 높였다. 회사 측은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40여 명을 고소하고 노조에 회관 퇴거를 공식 요청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는 이날 오전 8시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오전 9시부터는 회관 야외 광장에서 파업에 참가한 2000여 명의 조합원이 집회를 벌였다.

주총 장소로 쓸 회관 1층 극장을 이틀째 점거한 노조는 전날 오후부터 회관의 모든 출입문을 봉쇄했다. 이 때문에 평소 회관을 이용하던 시민들은 출입 자체를 할 수 없었다. 이 회관은 1991년 지역민의 문화 향유와 여가 선용을 위해 현대중공업이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었다. 피트니스센터와 수영장 극장 체육관 식당가 외국인학교 탁구장 등이 있으며 평소 하루에 약 5000명이 이용한다.

노조는 회관을 점거하고 있는 노조원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주총을 방해하는 행위 등을 할 경우 건당 5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주총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소송 일부 인용 결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칫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다가 나중에 신원이 노출되면 배상해야 할 우려가 있어서다.

회사 측은 28일 오후 3시 임원진을 회관으로 보내 노조 간부에게 공식 퇴거요청서를 전달했다. 노조는 퇴거 요청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인 마찰은 없었다. 회사 측은 이틀에 걸쳐 경찰에도 노조의 회관 퇴거를 요청했다. 또 박근태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 42명에 대해 업무방해 및 상해 혐의로 울산동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주총장 변경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주총 당일 경찰의 지원을 받아 진입로를 확보하고 주주들의 총회장 입장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게 현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노조가 31일에도 회관 점거를 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주총 이후 외국 이해관계사 등으로부터 최소 6개월간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는 일정상 주총 날짜 연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19개 중대 약 2000명을 회관과 현대중공업 본사 주변에 배치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주총 전날인 30일 경찰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강제해산을 하면 노조원들과 충돌할 우려가 있는 만큼 회관에 강제로 진입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총 장소가 변경되지 않고 회사 측이 요청한다면 강제 진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노조원들의 회사 본관과 회관 진입을 막는 과정에서 보안팀 직원을 비롯해 회사 측 15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피해자 전원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경찰은 이르면 29일 피고소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울산=정재락 raks@donga.com·윤다빈·한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