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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와 자위대함 오른 트럼프… “안보 도움” 日항모계획 힘실어

입력 | 2019-05-29 03:00:00

방일 마지막 날 군사동맹 과시
헬기 이착륙 호위함 ‘가가’ 승선… 아베 “전투기 탑재할 수 있게 개조
인도양-태평양서 美 해군과 연대”… 트럼프 “최첨단 F-35 싣게 될 것”



아베 “미일정상, 자위대-미군 함께 격려 처음” 28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해상자위대 기지에 정박 중인 호위함 ‘가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장병과 주일미군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앞서 일본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가가’에 승선했다. 요코스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2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 해상자위대의 이즈모급 호위함에 승선했다. 미국 대통령이 자위대 호위함에 승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력한 미일 군사 동맹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인 셈이다.

NHK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반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탑승한 헬기가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 해상자위대 기지에 정박해 있던 이즈모급 호위함 ‘가가(かが)’의 갑판에 착륙했다. 헬기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미리 기다리고 있던 아베 총리 및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와 악수했다.

갑판을 통해 아래로 내려간 격납고에는 미군과 해상자위대원 500여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이 함께 자위대와 미군을 격려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며 “미일 동맹은 나와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더없이 굳건해졌다. 여기 ‘가가’에 우리가 서 있는 게 그 증거”라고 말했다. 1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로 ‘레이와(令和)’ 시대가 열린 것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한 아베 총리가 미일 동맹의 현재 위치를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호위함 ‘가가’는 작년 서태평양부터 인도양에 이르는 광대한 바다에서 미 해군과 밀접히 연대해 가며 지역의 (다른 국가) 해군과 협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가가를 개조해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게 만들어 일본과 지역 평화, 안정에 한층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F-35 스텔스 전투기 105대 구매 계획을 또다시 거론하며 “이 호위함은 최첨단 항공기(F-35)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돼 더 넓은 지역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두 정상이)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했다”고 28일 보도했다.

가가는 길이 248m, 최대 폭 38m 규모로 헬기가 이착륙하는 호위함이다. 일본 정부는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한 항공모함으로 개조한 뒤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 42기를 미국으로부터 구매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전력 보유를 금지한 일본 헌법 9조 2항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가를 항공모함으로 바꾸고 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것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미일 정상이 가가에 승선한 데 대해 “아베 총리는 자위대의 군대 역할을 어필하고, 미국은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기법은 다르지만 이 배는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에서 격침된 일본의 주력 항공모함 ‘가가(加賀)’와 발음이 동일하다. 가가함 침몰 73년 만인 2015년 8월 2대의 가가함이 진수됐을 때 중국은 ‘악마의 배’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