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마케팅 수단으로 확산
2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마련된 동서식품의 다섯 번째 팝업 카페 ‘모카라디오’의 라디오 부스에서 DJ가 시민들이 적은 사연과 신청곡을 소개하고 있다. 동서식품 제공
“오늘 사무실을 뺀 자영업자예요. 통장 잔고 잊게 하는 호사스러운 날씨에 산책하다 모카라디오에 들어왔어요. 돈 들어올 거 같은 노래로 부탁합니다.”
2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주택가. 눈에 띄는 노란색 건물에 들어서니 라디오 부스 안에서 DJ들이 사연과 함께 신청곡을 틀어주고 있었다. 건물 밖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를 듣고 들어온 시민들은 라디오 부스 옆에 놓여진 노란 종이에 각자의 사연과 신청곡을 적었다.
24일부터 7월 17일까지 두 달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모카라디오는 방문한 사람들에게 모카골드 마일드, 모카골드 라이트, 모카골드 심플라떼 등 믹스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1층은 실제 라디오 방송국처럼 꾸며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방문객들이 신청한 음악과 사연을 DJ가 소개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팟캐스트 및 유튜브에서 활동 중인 진행자들을 특별 DJ로 섭외해 여행, 음식, 문학, 심리학 등 다양한 주제의 방송을 진행 중이다. 2층에서는 여름, 커피, 홍대 등을 주제로 한 청음부스가 마련돼 커피와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동서식품은 2015년 모카다방(제주 남원읍)을 시작으로 모카책방(서울 성수동), 모카사진관(부산 해운대구), 모카우체국(전북 전주) 등 매년 새로운 주제로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팝업 공간을 선보여 왔다. 총 25만 명이 다녀갔으며 이 가운데 모카책방은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으로 등장하며 관광명소가 되기도 했다.
오래된 정서와 젊은 감각이 공존하는 이러한 뉴트로 콘셉트의 매장은 중장년층과 달리 커피믹스를 즐겨 마시지 않는 20, 30대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다. ‘뉴트로(NEWTRO)’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의 합성어로 과거의 것에 현재의 감성을 입혀 재해석한 것을 뜻한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앞으로 주요 소비자가 될 20, 30대 젊은층이 ‘부장님 커피’로만 알고 있는 믹스커피를 좀 더 친숙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맥심라디오를 찾은 이진경 씨(23)는 “여기 오기 전에는 믹스커피를 마신 적이 없다”며 “기업이 소비자를 위해 공간을 빌려 무료 커피를 제공하는 시도가 신선하다”고 말했다.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향후 주요 소비자가 될 젊은 세대를 겨냥한 뉴트로 마케팅이 인기다. 하이트진로는 4월 두꺼비가 상징인 원조 브랜드 ‘진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소주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강남과 홍대에서 1980년대 주점을 재현한 팝업스토어 ‘두꺼비집’을 운영하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