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위로 드러난 불법대리모] 브로커는 처벌, 대리모 규정은 모호… 불임부부, 합법국가서 원정출산도 美, 주마다 대리모 허용 여부 달라 獨-伊는 금지… 러-우크라선 합법
“대리모 정책 등 불임 여성이 출산할 수 있는 복지가 우리나라에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올 2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20대 후반 여성’이 올린 글이다. 한국에서는 불임 부부가 제3의 여성에게 임신과 출산을 하게 하는 대리모(代理母) 자체가 불법이다. 현행 생명윤리법은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배아나 난자 또는 정자를 제공 또는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다만 난자와 정자를 제공하는 행위가 아닌 부부의 난자와 정자로 체외수정한 뒤 이를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하는 유형의 대리모가 처벌 대상인지는 법조계에서 의견이 갈린다. 2011년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불임 부부와 대리모를 연결해 준 브로커를 적발했지만 수정란을 착상한 대리모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수정란을 착상하는 유형의 대리모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대리모가 합법인 해외에서 원정 출산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고, 일부는 음성적으로 대리모 계약을 한 뒤 임신과 출산을 한다.
미국은 대리모 허용 여부가 주(州)마다 다르다. 캘리포니아와 코네티컷 등 대리모를 허용하는 주에서는 중개업체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대리모 출산 비용은 최소 10만 달러(약 1억2000만 원)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비용을 대기 어려운 일반 미국인들은 제3세계 국가 출신의 여성을 통해 아이를 낳기도 한다. 이를 두고 ‘임신 하청’ ‘구글 베이비’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구글이 수뇌부만 미국에 둔 채 상당 업무를 개도국 하청을 통해 해결하듯 아기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생산한다는 의미다.
유럽에서는 경제가 발달한 서유럽과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유럽의 차이가 크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서유럽 주요국은 모두 대리모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는 내·외국인 모두 금전 보상을 받는 대리모가 허용된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임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