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대부분 일자리 붐인데 한국은 제외된 채 고용률 제자리 ‘노동자가 주인 된 세상’ 이런 건가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은 옳았다… 개혁반대한 현 집권층 무거운 業報
김순덕 대기자
물론 한국의 실업 문제가 주제는 아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보편적 문제의식이 세계의 인정을 받은 것이고, 우리의 집권 세력은 입만 열면 ‘글로벌 경제 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돼’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 고용쇼크라고 앓는 소리를 하기에 나는 세계가 다 어려운 줄 알았다.
아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주 발표한 회원국의 올 1분기 평균 경제성장률이 0.6%다. 전 분기의 2배로 증가했다. OECD 회원국 3분의 2가 40여 년 만에 최고의 일자리 붐을 구가 중이라는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를 보고 나는 까무러칠 뻔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고숙련직 중심으로 더 늘었고, 저숙련직은 노동생산성과 함께 임금도 올랐다는 거다.
그러나 한국의 고용률은 OECD 평균(68.4%)보다 낮다. 일자리 풍년과 거리가 먼 3분의 1 회원국에 속한다는 얘기다. 이것도 모르고 잘난 척한 정부라면 우물 안 개구리다. OECD보다 뒤처진 나라들도 칠레를 빼고는 전년보다 고용률이 올라갔지, 그대로인 나라는 한국과 이스라엘밖에 없다. ‘일자리 정부’는 성과를 올린 게 아니라 실패를 한 것이다.
한국의 고용률이 2014년 OECD 평균(65.6%)에 도달하고도 이후 거의 제자리걸음인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같은 기간, 재정 위기로 노동개혁 등을 조건으로 구제금융을 받은 포르투갈(62.6%→69.7%) 아일랜드(63.1%→68.7%) 그리스(49.4%→54.9%) 스페인(56%→62.4%)은 고용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입성 전 주OECD 대사를 지낸 윤종원 대통령경제수석은 일자리 결정 요인으로 생산인구 감소를 첫손에 꼽는다. OECD가 혀를 찰 무책임한 소리다. 인구가 줄면 고용률은 올라가야 맞다.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한 일자리 붐의 주요 이유는 강성 노조와 단체교섭의 힘을 뺀 노동개혁이었다.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는 물론 네덜란드도 2014년 해고수당 제한, 근로시간 규제 완화 같은 더 유연한 노동시장 개혁으로 고용률을 2014년 73.1%에서 2018년 77.2%로 끌어올렸다.
우리 정부도 시도는 했다. 2015년 초부터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노동개혁은 일자리”라며 해고요건 완화, 임금피크제 같은 노동개혁을 입이 아프게 촉구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사주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설령 그렇다해도 노동시장 유연안정화는 나라를 위해서도, 청년 일자리를 위해서도 꼭 해야 할 개혁이었다.
결국 2016년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고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노동개혁법안 처리는 무산됐다. 정권 교체 후 일반 해고지침도 폐기됐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소득주도성장 정책까지 노동시장은 세계와 거꾸로 갔다. 그 결과가 4년째 늘지 않는 고용률이고 백수 가족이다. 문재인 정부 탄생에 지분을 지닌 민노총은 국회와 경찰에 폭력까지 휘두르며 ‘노동자가 주인 된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는 중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민정수석으로서 불법파업에 두 손 드는 것으로 대응했다는 문 대통령은 “노동 분야에서 참여정부는 개혁을 촉진한 게 아니라 거꾸로 개혁 역량을 손상시킨 측면이 크다”고 자성한 바 있다. 노동개혁을 뒤집은 것도 모자라 또 민노총을 비호해 나라와 국민과 미래 세대에 해를 입힌다면,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의 경고대로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