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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인사’에 치우쳐… 좁아지는 文정부 인재풀

입력 | 2019-05-30 03:00:00

‘돌려막기 인사’ 비판 확산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으로 김외숙 전 법제처장을, 법제처장에 김형연 전 대통령법무비서관을 임명한 것을 두고 ‘돌려 막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야당은 29일 공세 수위를 더욱 높였다. ‘친문(親文) 막후 정치’ ‘내 사람이 먼저’ 등 질타를 쏟아내며 “코드·보은을 위한 돌려 막기 인사”라고 혹평한 것. 여당 내에서도 “이전 정권에서도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을 써온 것 아니냐”는 말과 함께 “인재 풀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문 대통령이 두 차례 이상 직접 임명한 대통령비서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28명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함께 일하는 등 정권으로서는 검증이 끝난 참모에게 더 큰 중책을 맡기거나 정책 실패나 정치적 책임을 물어 교체하고도 다시 주요 공직에 임명한 경우다.

지난해 최저임금 부작용과 경제 투톱 갈등으로 사실상 경질되고도 주중 대사로 자리를 옮긴 장하성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대표적이다. 장 대사에 앞서 경제지표 악화로 교체된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곧바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물론 주중 대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돌려 막기 인사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류우익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이 광우병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1년 5개월 만인 2009년 주중 대사로 복귀했을 때나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로 경질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을 주중 대사로 임명했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돌려 막기 인사’의 특징 중 하나는 한 번 기용한 인물을 승진시켜 곧바로 다른 자리에 재기용하는 사례가 이전 정부보다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인사수석과 법제처장에 앞서 이뤄진 인사에서 발탁된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현 정부 출범 직후 한일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 부위원장을 거쳐 국립외교원장을 맡은 지 8개월 만에 1차관으로 영전했다. 서호 통일부 차관 역시 통일부 기조실장을 지내다 대통령통일정책비서관을 맡은 지 8개월 만에 차관으로 승진해 통일부로 복귀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은 현 정부 출범 직후 각각 국무조정실장과 국무조정실 2차장으로 유임된 뒤 지난해 11월 경제 투톱 경질 당시 부총리와 장관으로 승진한 사례다.

청와대의 계속되는 돌려 막기 인사를 두고 일각에선 좁은 인재 풀과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 출마 준비로 가용 인재가 줄어든 상황에서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있느냐를 최우선 인선 기준으로 삼다 보니 가뜩이나 좁은 인재 풀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인재 풀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은 잘 알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성과”라며 “인사는 결과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내로남불식 코드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김 법제처장 임명에 대해 “문 대통령의 보은·코드 인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법관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리고 정권에 충성한 결과 법제처장에 임명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조국 대통령민정수석 밑에서 일했던 김 전 법제처장을 인사수석으로 돌려 막고, 그 빈자리에는 판사 사표를 내고 이틀 만에 청와대에 들어가 법조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인물을 임명했다”며 “돌려 막기를 해도 눈치를 보면서 해야 하는데 이건 갈 데까지 갔다는 선전포고”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