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주민들이 첨예하게 대립할 당시 해군과 경찰 등의 국가기관이 기지 건설 반대 측 목소리를 잠재우는 데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군은 강정마을 주민의 찬반 투표함을 빼앗는 데 관여하고, 경찰은 반대 시위자들을 과잉 진압하며 찬성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007년 6월 19일 강정마을 임시총회 주민투표 당일 해군기지사업추진위원회의 사주를 받은 해녀들이 투표함을 탈취하는 과정에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이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29일 밝혔다.
조사위는 당시 경찰 340여 명이 현장에 배치돼 있었지만 기지 건설 찬성 측의 투표함 탈취 행위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해군과 찬성 주민 측은 2007년 8월 20일로 예정된 재투표를 앞두고 주민들에게 투표 불참을 독려하고 투표 당일엔 주민들을 버스에 태워 관광시킨 후 투표 종료 후 귀가시켰다.
조사위는 정부의 사과와 더불어 해군, 국정원 등 경찰 외 다른 국가기관의 부당행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