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펠핑 시청 인근 거리입구에 나치 저항 상징 후버 동판과 나란히 1920년 獨망명 항일운동 펼쳐… ‘압록강은 흐른다’ 獨교과서에 실려
독일 그라펠핑 시청 인근 쿠르트 후버 거리에 28일(현지 시간) 설치된 독립운동가이자 재독 문학가인 이미륵 박사 기념 동판.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이미륵박사기념사업회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28일(현지 시간) 독일 그라펠핑 시청 인근 쿠르트 후버 거리 입구에 이미륵 동판을 부착했다고 29일 밝혔다.
신미경 작가(52)가 제작한 동판은 가로세로 60cm 크기에 이미륵의 얼굴과 한옥 지붕, 장미꽃을 형상화한 조각을 새겼다. 그가 생전에 즐겨 쓰던 “사랑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에게는 가시동산이 장미동산이 되리라”는 문구와 친필 서명을 새겨 넣어 머나먼 이국에서 향수를 달래며 창작 혼을 불사르던 모습을 형상화했다.
1899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이미륵은 경성의전 3학년 때 1919년 일어난 3·1운동에 가담했다. 이후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국내 비밀조직인 대한민국청년외교단에서 활동했다. 이어 일제 경찰의 수배를 피해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대한민국임시정부로 갔다가 안중근 의사의 사촌인 안봉근의 권유로 1920년 독일로 망명했다. 독일에서도 김법린(1899∼1964) 이극로(1893∼1978) 등과 함께 항일 활동을 펼쳤고, 후버 교수 등 반나치 지식인들과도 폭넓게 교류했다. 광복 이후에는 뮌헨대 강사로 일하다 1950년 사망해 그라펠핑 묘역에 묻혔다.
이미륵이 1946년에 쓴 ‘압록강은 흐른다’는 유년 시절과 독일 망명 생활을 회고하며 집필한 자전적 소설이다. 독일 중고교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독일 문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한국 정신문화와 생활상을 서구에 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올해 3월 22일 독일 그라펠핑시와 ‘압록강은 흐른다’ 집필 장소, 이미륵 묘역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