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도 게임중독? 일상생활보다 게임에 몰두, 1년 이상 지속되면 ‘중독’ 근본 원인 찾아 함께 해결해야 청소년 31% “스트레스 해소용”
결국 A 씨는 무단결석으로 고교 졸업에 필요한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할 수준에 이르자 2017년 선생님의 설득으로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의 게임중독 치료 과정에 입교했다. 4개월간 PC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을 전혀 쓰지 않았다. 처음에는 견디기 어려웠지만 진로 교육을 받으며 게임이 아닌 자신의 미래로 눈을 돌리게 됐다. A 씨는 현재 한 대학 청소년지도학과에 진학해 청소년 상담사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5일(현지 시간)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어떻게 하면 게임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청소년 상담가 등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게임중독이 우려되는 자녀를 도울 방법을 정리했다.
① 장기전을 각오하라
게임을 하면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돼 쾌감을 느낀다. 같은 자극을 얻으려면 전보다 더 오래, 더 자주 게임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이 반복돼 게임에 점차 몰입하면 게임중독에 빠질 수 있다. WHO는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상태가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게임중독으로 본다는 기준을 내놓았다.
② 게임 대신 즐길 수 있는 활동을 함께 고민하라
하지만 이미 게임에 심각하게 중독돼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라면 잠시 PC를 못 쓰게 하는 것만으로 실질적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부모 눈을 피해 게임을 하려다가 관계만 나빠지는 경우도 많다. 궁극적으로는 운동이나 보드게임 등 다른 여가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게임을 잊도록 해야 한다. 디딤센터 최경찬 치료팀장은 “게임에만 빠져 있을 땐 잊고 살던 교우관계의 즐거움과 진로에 대한 고민, 목표의식을 되찾아주는 데 초점을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③ 게임일지를 스스로 쓰게 하라
자녀가 자신의 게임 습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면 게임 이용 규칙을 만드는 게 다음 단계다. 일주일에 몇 시간 게임을 할지 구체적으로 합의하고 반드시 숙제 등 할 일을 끝낸 후에 게임을 하도록 약속하는 방식이다.
④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라
문제는 게임에 중독되면 점점 더 친구 사이에서 고립되는 등 악순환에 빠진다는 점이다. 국제성모병원 기선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전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는 “이런 경우 게임에 빠지게 된 근본 원인을 찾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