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준 완화방안 내달 발표
29일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을 다음 달 초 당정청 협의를 거쳐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인들이 가업상속공제를 실효성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편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가업상속공제는 창업 이후 10년 이상 된 매출 3000억 원 미만인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자녀에게 기업을 넘겨줄 때 과세 대상에 되는 재산가액에서 최대 500억 원을 빼주는 제도다. 가업을 유지해온 기간이 △10년 이상∼20년 미만이면 200억 원 △20년 이상∼30년 미만이면 300억 원 △30년 이상이면 500억 원이 공제된다.
이 때문에 경영계에서는 가업상속공제의 기준을 완화해 가업을 이으려는 기업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28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 토론회’에서 “세계 각국이 기업 경영의 영속성을 높이기 위해 상속세를 완화하고 있다”며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상속세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상속 이후 업종과 고용을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지금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에 속해 있는 업종에 한해 제한적으로 업종 변경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업종 변경 대상을 ‘중분류’ 항목으로 확대해 업종 선택의 폭을 넓혀줄 방침이다. 가령 부모가 운영하던 호텔을 물려받으면서 상속공제를 받은 사람은 현행 제도에선 호텔업만 해야 한다. 하지만 업종 변경 폭이 넓어지면 휴양, 콘도 등 숙박업 내 다른 분야로 진출할 여지가 생긴다.
‘매출액 3000억 원 미만 기업’이라는 공제 적용 대상과 최대 500억 원인 공제 한도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부의 대물림’을 조장한다는 시민단체의 반발 등을 고려해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을 늘리는 것을 꺼리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4월 미국 출장 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공제 한도 및 적용 대상을 조정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기업인들의 기를 살리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만큼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기업을 매출액 5000억 원 또는 7000억 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고용을 100% 유지해야 하는 조건도 단순히 인원만 유지하기보다 기업이 인건비 전체를 고려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추진된다. 정부 관계자는 “여당 내에서 매출액을 오히려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정도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부분이라 추가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