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 같았던 칸 황금종려상 수상… 봉준호-송강호 콤비에 듣다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난해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생충’을 ‘펄프픽션’(1994년)에 비유한다. 그는 “감독은 예술성, 대중성보다 제작비를 회수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잉마르 베리만, 구로사와 아키라 같은 거장들도 평생 제작비 회수를 걱정했다”며 웃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와 대저택, 두 공간에서 90% 이상 촬영했다. 그만큼 공간의 디테일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루 종일 자연광이 내리쬐는 부잣집과 하루 30분 정도 햇살이 비치는 반지하의 대비는 빈부의 차이를 드러내는 최적의 선택이었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도 봉 감독에게 “어디서 그렇게 완벽한 집을 골랐느냐”고 물어봤을 정도다. 봉 감독이 “세트에서 촬영했다”고 답하자 이냐리투 감독이 놀랐다고 한다.
가난한 집과 부잣집이 한 공간에 얽히는 이야기는 2013년 ‘설국열차’ 후반 작업 당시 떠올린 연극 소재에서 확장됐다. 전작들과 달리 ‘기생충’은 공간의 이동이 적고 대사가 많다는 점에서 다분히 “연극적”이다. 그렇게 묵혀 놨던 시나리오를 2017년 ‘옥자’가 개봉한 뒤 3개월에 걸쳐 완성했다. 다른 영화들을 꾸준히 봐온 덕에 배우 섭외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인간중독’(2014년)에서 조여정, ‘우리들’(2015년)에서 장혜진의 가능성을 봤다.
‘마더’의 김혜자처럼, ‘기생충’도 송강호를 머릿속에 전제하고 시나리오를 써내려 갔다. 연체동물처럼 주어진 상황에 적응해 가는 기택 역에 생활 연기의 달인인 송강호가 단번에 떠올랐다. ‘살인의 추억’(2003년)부터 4개 작품을 함께한 송강호는 이날 “솔직히 시나리오를 읽고 ‘걸작’이라는 생각은 못 했다. 봉 감독의 작품 세계가 손에 잡히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좋은 의미에서 ‘정말 이상한’ 영화”라고 했다. 봉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말은 아직 부담이다.
배우 송강호는 촬영 현장에서 연기의 자율성을 주는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에 대해 “하도 많이 해봐서 그런지 익숙하다”며 웃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봉 감독은 박 사장네보다는 기택네에 감정이입을 했다고 한다. “같은 듯해도 자세히 보면 다른 두 가족”이라는 의미로 붙인 ‘데칼코마니’라는 처음 제목도 그래서 바꿨다.
“칸에서 ‘이 영화가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냐’는 외국 기자들의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마다 ‘어느 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답했어요. 다들 수긍하더라고요.”(송강호)
“미국과 한국에서 두 가지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에요. 대작은 아니고 ‘기생충’ 사이즈의 영화요. 장르는 공포? 액션? 지금껏 그래 왔듯 제가 규정한다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 모르겠네요. 하하.”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