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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를 살고 있는 우리를 돌아보며… ‘디어 아마존: 인류세 2019’展

입력 | 2019-05-30 03:00:00

온실가스-핵실험-각종 쓰레기… 환경문제에 직면한 예술적 상상력
브라질-한국 작가 총 19팀 참가




‘디어 아마존: 인류세 2019’ 1층 전시장. 주앙 제제의 설치 작품 ‘Unpolished Stone’이 보인다. 플라스틱을 혼합한 재료로 만든 조각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활용해 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지구상 남은 마지막 한 그루의 나무가 베어지면…우리는 그때야 비로소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크리족 인디언)

30일 개막하는 일민미술관의 ‘디어 아마존: 인류세 2019’ 전시장 한쪽에 적힌 문구. ‘인류세’란 온실가스 배출, 핵실험 등 인간의 활동이 자연을 큰 폭으로 변화하게 만든 지질시대를 일컫는 말이다. 2000년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이름 붙였고, 최근 기후변화나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 ‘인류세’의 퇴적물 단면이 드러나면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전시 주제가 ‘인류세’인 이유는 이렇다. 이 전시는 브라질 동시대 예술가와 한국 작가, 디자이너 등 총 19팀이 참가했다. 조주현 학예실장은 “비서구권 국가에서 ‘인류세’를 가장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곳이 브라질”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통 ‘인류세’는 자연사박물관에서 흔히 다루는 주제지만 인류가 지구에 미칠 영향을 복합적 감각으로 상상하는 예술의 역할도 중요하기에 미술관 전시 주제로 꼽혔다.

마르셀 다리엔조와 한국인 8명의 퍼포먼스 ‘제3차 세계대전 중 당신의 삶’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20, 3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브라질 예술의 감각과 분위기를 가늠해볼 수 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나’에 집중한 사적이고 즉물적인 경향이 두드러진다.

귀 퐁데(36)의 설치 작품은 자신의 신체를 ‘사회적 조각’으로 내놓아 눈길을 끈다. 검은 스크린에 구멍을 뚫어 일부 신체 부위만 내놓고, 손가락 끝에는 사슬을 묶은 사진에 헤드셋을 끼면 “나는 (스마트폰) 스크린을 만질 수 없다”는 문구가 흘러나온다. 컵케이크로 몸을 감싼 사진은 “나는 단것을 먹고 욕망을 채운다”는 말이 나오는 식이다. 몸을 활용해 일상 속 감각이나 타인의 시선을 표현한다.

미술관으로 소풍 온 듯한 느낌이 드는 ‘라운지 프로젝트’

2층에 전시된 중견 작가 작품은 근대화 과정을 직접적으로 다뤄 정치색이 짙게 드러난다. 조나타스 지 안드라지의 설치 작품은 ‘헤시피’ 지역의 도시화 과정을 주제로 한다. 원경에서 봤을 때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도시의 모습과 가까이서 봤을 때 괴리감이 느껴지는 일상을 나란히 배열했다. 도시의 겉모습만 서구 모더니즘을 따라 하면 과연 삶도 나아지는지 질문을 던진다.

3층 영상 전시장을 지나 프로젝트룸에 들어서면 숲 속에 온 것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푹신한 소파와 해먹, 포근한 카펫이 깔린 ‘미술관 속 소풍’을 위한 라운지다. 이곳에서 명상, 요가, 퍼포먼스, 발효주 워크숍 등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관객이 즐겁게 참여하며 환경 문제를 가깝게 느끼도록 유도한 공간. 공교롭게도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리투아니아관과 같은 주제를 유사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 밖에 솔란지 파르카스 비데오브라질 디렉터가 기획한 스크리닝 프로그램 ‘비데오브라질 히스토리 컬렉션’도 5층 신문박물관 영상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으나 바스의 ‘석기 시대’ 등 총 9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8월 25일까지. 5000∼7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