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왼쪽)-터너.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사령탑을 바꾼 KIA 타이거즈가 놀라운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박흥식 감독대행이 취임한 17일부터 외국인투수 제이콥 터너가 KBO리그 데뷔 첫 완투승을 신고한 29일까지 11경기에서 9승2패다. 여전히 갈 길이 먼 터라 속단할 순 없지만, 확 달라진 마운드가 그 중심에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또 마운드의 변신은 투수 파트를 담당하는 코치진의 변동과 연관이 깊어 보인다.
선발진과 불펜의 평균자책점(ERA)만 살펴봐도 KIA 마운드의 환골탈태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김기태 전 감독이 재임할 때까지는 선발진이 6.33(6승22패), 불펜이 5.18(7승8패7세이브13홀드)로 모두 바닥 수준이었다. 선발진의 6점대 ERA는 최하위였고, 불펜 ERA 또한 9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17일 이후로는 선발진이 2.97(6승2패), 불펜이 2.01(3승3세이브8홀드)로 순식간에 강력해졌다. 각각 3위, 1위다.
선발진의 경우 에이스 양현종이 4월까지의 극심한 부진에서 탈피한 덕이 크기도 하지만, 터너의 완벽한 변신에 주목해볼 만도 하다. 터너는 박 대행이 취임한 뒤로 3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며 ERA 0.82를 올리고 있다. 그 전까지 9경기에서 1승5패, ERA 6.17에 그치면서 퇴출 위기까지 몰렸던 투수가 180도로 달라졌다.
비결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먼저 박 대행의 자체 진단. 아직 짧은 기간이라 그 역시 단언하지는 않았지만, “일부러 돈 내고 메이저리그로 공부하러 가지 않느냐. 서재응 코치와 (앤서니) 르루 코치는 모두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17일 1군 사령탑 취임과 동시에 자신이 단행한 코칭스태프 개편에서 힌트를 찾은 것이다.
박 대행의 취임과 함께 KIA는 기존의 총괄코치제도 폐지를 골자로 코치진의 보직을 변경했다. 투수 부문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강상수 투수총괄코치가 2군으로 내려가고 서재응 불펜코치가 메인코치 역할을 맡게 됐다. 또 2군에 있던 르루 코치를 불펜코치로 1군에 합류시켰다. 서 코치는 현역시절부터 에너지가 넘치는 스타일이라 침체된 팀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적임자로 볼 수 있다. 2012시즌부터 2013시즌 전반기까지 KIA에서 선수로 활약하기도 한 르루 코치는 일본무대(2011년 소프트뱅크)까지 거쳐 동양야구 스타일에 생소한 외국인투수들에게는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현재까지는 그 같은 코칭스태프 개편이 적절했던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터너는 1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박 대행에게 취임 첫 승을 안긴 뒤 “르루 코치가 KBO리그 경험이 많아 여러 가지로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불과 하루밖에 안된 신임 코치에 대한 신뢰를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는 3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KIA가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나간다면 하위권을 넘어 중위권까지 태풍을 몰아갈 수 있다. 투수놀음이라는 야구의 속성을 고려하면 무엇보다 KIA 마운드의 행보에 먼저 주목해볼 만하다.
대전|정재우 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