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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은 소설’ 양승태 주장에…검찰 “사법부 모욕”

입력 | 2019-05-30 15:31:00

양승태, 재판서 검찰 향해 '작심' 비판
검찰, '오히려 사법부 모욕' 즉각 반박
검찰 조사 지적에 "필요땐 영상 검증"
"노골적 비협조 재판 지연 진짜 문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고 책임자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장을 두고 ‘미숙한 법률 자문을 받아 쓴 한 편의 소설’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검찰이 “오히려 사법부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 전 대법원장 공소 유지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측 관계자는 30일 이같이 밝혔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열린 자신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첫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그 모든 것들은 근거가 없고, 어떤 건 소설의 픽션 같은 이야기”라며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관 생활을 42년 했지만 이런 공소장은 처음 봤다”며 “법률가가 쓴 법률 문서라기보다는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 자문을 받아 쓴 한 편의 소설이라 생각될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오히려 사법부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전담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본안 재판부는 그의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이 중대한 범죄혐의에 대해 충분히 소명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이를 근거로 한 범죄사실로 구속된 양 전 대법원장이 ‘소설’이라 하는 것은 법 집행기관뿐만 아니라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보석을 불허한 재판부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를 ‘사찰’이라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이 사건은 검찰이 자체적으로 수사한 게 아니라 법원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3차례 자체 조사를 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며 “모든 (증거) 자료는 법원에서 작성된 문건과 이메일 등에서 나온 것이다. 사찰 주장은 근거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에서 본인의 답변과 다른 내용이 적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양 전 대법원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모든 조사 과정은 영상녹화가 돼 있다. 근거 없는 주장을 계속한다면 영상녹화를 법정에서 재생하도록 검증을 신청할 것”이라고 맞섰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 피고인들의 노골적인 비협조로 6개월 이내 재판이 끝나야 하는 구속사건이 4개월 만에 처음 공판이 열렸다”며 “일반 국민의 구속사건 재판에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진짜 문제”라고 밝혔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 법관을 부당하게 사찰하거나 인사에 불이익을 가한 혐의, 헌법재판소의 내부 정보 및 동향을 불법 수집한 혐의 및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집행 혐의 등 47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