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LG전자 테네시 공장 준공
로봇이 하기 힘든 공정에만 직원 투입 29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LG전자 세탁기 공장에서 직원들이 세탁기를 조립하고 있다. 로봇 설비로 공장의 60%를 자동화해 사람들은 로봇이 하기 힘든 전선 설치, 모터 조립 등 일부 공정에 집중 배치돼 있었다. 클라크스빌=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29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중남부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도심. 인근 켄터키주 경계를 따라 건설된 ‘LG하이웨이’를 달리자 축구장 160개 규모(약 125만 m²)의 터에 연면적 7만7000m²인 LG전자 세탁기 공장이 나타났다.
이 공장 1층에서는 거대한 ‘로봇 팔’이 세탁기 몸체용 금속 패널을 끊임없이 날랐다. 바닥에는 150대 이상의 무인운반로봇(AGV)이 각 공정에 필요한 부품을 싣고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취재진을 만난 AGV는 자동으로 멈췄다. 공장 직원 약 600명은 로봇이 하기 어려운 전선 연결, 모터 조립, 품질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었다. 지역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올해 1월 취임한 빌 리 테네시 주지사(60·공화)도 이날 준공식에 참석했다. 그는 “지금까지 가 본 공장 중 가장 인상적”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시설을 극찬했다.
○ ‘10초에 1대’ 한미 양국서 동시 생산
LG전자는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서 처음으로 가전공장을 지었다. 이제 미국에서 판매되는 LG 세탁기는 클라크스빌 및 경남 창원 공장에서 절반씩 생산된다. 창사 후 ‘한미 양국 생산체제’가 가동된 것도 최초다.
그 핵심은 부품 공급 및 포장 등을 로봇 설비로 자동화하는 것이다. 생산부터 제품 포장까지 전 공정을 ‘원스톱’으로 관리하는 자동 통합생산체계도 적용했다. LG 측은 현재 50%인 공장 가동률을 연말경 100%에 가깝게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면 창원 공장처럼 ‘10초에 1대’ 세탁기 생산이 가능해진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현지 생산하면 재고 부담 없이 일주일이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의 생산을 늘릴 수 있다.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서 열린 LG전자 세탁기 공장 준공식에서 테네시 주정부와 LG 관계자들이 공장 가동을 알리는 리본을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마크 그린 미 연방 하원의원, 조주완 LG전자 북미지역 대표(부사장), 빌 리 테네시 주지사, 송대현 LG전자 H&A 사업본부장(사장), 김영준 주애틀랜타 총영사. LG전자 제공
○ 월풀 발(發) 세이프가드에 4300억 투자로 맞불
이 공장은 2017년 8월 공사를 시작했다. LG는 약 3억6000만 달러(약 4300억 원)를 투자했다. 그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후 한국 기업의 첫 대규모 대미 투자였다.
취임 직후부터 보호무역과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해 온 트럼프 행정부는 미 세탁기 제조업체 월풀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2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한국산 세탁기에도 20% 관세를 물렸다. LG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공장 가동 시기를 예정보다 6개월 앞당겨 지난해 12월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송 사장은 “월풀이 LG를 불러들였다. 설사 관세가 없어져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게 더 유리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했다.
클라크스빌=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