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객선과 후미 추돌…“전복 7초 만에 침몰” 탑승자 안전장비 미착용…운용업체 “운항에 문제없다”
헝가리 기상정보 전문 제공업체 ‘이디오켑(Id?kép)’이 29일 오후(현지시간) 공개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채 침몰한 ‘허블레아니(인어)’호의 사고 순간 모습. (이디오켑 영상 캡처)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관광객들로 가득 찬 유람선이 침몰해 한국인 2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현지 경찰은 사고 유람선의 후미를 다른 대형 선박이 들이받으면서 사고가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시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유람선 운항을 강행했고, 탑승자 대부분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안전불감증이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현지시간) 헝가리 현지매체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소형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를 뜻함)는 전날 오후 9시5분쯤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뒤따르던 다른 유람선과 부딪혔다.
당시 허블레아니에는 국내 여행사 ‘참좋은여행’ 패키지여행을 하던 관광객 30명과 가이드 2명, 사진사 1명 등 총 33명의 한국인이 탑승해 있었다. 헝가리인 승무원 2명까지 더해 탑승자는 모두 35명이다.
현지 경찰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인 탑승자 가운데 7명은 침몰 현장에서 구조됐다. 사망자는 7명, 실종자는 19명으로 파악됐다.
헝가리 당국은 사고 이틀째인 이날까지 다뉴브강 하류를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추가 생존자가 발견됐단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안전불감증이 사고 불렀나
또한 헝가리 당국은 사고 직후 구조·수색에 나섰지만 폭풍우로 인해 불어난 물과 거센 물살로 인해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물 위에서 필수 안전장비인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온다. 다른 유람선에서 사고를 목격했다는 한 한국인 관광객은 “승객들은 구명조끼를 받지 못했다”며 “안전의식이 낮았다”고 지적했다.
헝가리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허블레아니가 다른 선박과 추돌로 침몰한 사실을 확인함에 따라 형사사건으로 전환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허블레아니호의 후미를 들이받은 선박은 크루즈선 ‘바이킹 시귄’으로 알려졌다. 헝가리 MTI통신은 바이킹 시귄은 스위스 업체 소유 선박이며, 선장은 우크라이나인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허블레아니는 1949년 옛 소련에서 건조된 노후 선박으로 확인됐다. 1980년대에는 헝가리제 새 엔진이 장착됐다.
유람선 운용사인 ‘파노라마 데크’는 이날 현지 방송에 “허블레아니를 2003년부터 운항했다”며 “최대 150마력의 엔진이 장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2개 갑판으로 이뤄진 허블레아니의 최대 탑승 인원은 60명이지만, 평소 관광용 운항 땐 최대 45명을 태운다고 한다.
파노라마 데크는 “매년 기술 점검을 실시한다. 사고가 발생할 만한 어떤 징후도 없었다”고 이번 사고가 선박 결함 문제 탓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