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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약관 별도 설명없이 카드혜택 줄이면 무효”

입력 | 2019-05-31 03:00:00

하나카드 ‘마일리지 축소’ 패소 확정




카드사가 인터넷을 통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고객에게 ‘마일리지 혜택이 변경될 수 있다’는 약관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30일 나왔다.

비슷한 취지의 판결은 이전에도 있었으나 대법원은 약관 내용이 금융위원회 고시와 동일하더라도 설명 의무가 있다고 판단해 카드 고객의 권리를 더 인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에선 앞으로 카드사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 등으로 카드를 발급받는 ‘비대면 거래’ 때 고객에게 약관을 추가로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인터넷 가입자에게 약관 ‘추가 설명’ 필요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김상환)는 이날 인터넷을 통해 하나카드에 가입한 A 씨가 “마일리지를 더 달라”며 하나카드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하나카드는 A 씨에게 1만9479마일리지 등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A 씨는 2012년 10월 인터넷을 통해 연회비가 10만 원인 하나카드 ‘외환 크로스마일 스페셜에디션카드’를 발급받았다. 가입 약관에는 “마일리지 변경 시에는 홈페이지에 고지한다. 다만 제휴업체의 일방적인 제휴조건 변경, 신용카드업자의 경영 위기 등에 따른 불가피한 변경 때는 고지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쓰여 있었다.

A 씨가 카드를 가입할 땐 1500원을 쓸 때마다 항공사 마일리지 2마일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하나카드는 2013년 2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카드를 1500원 쓸 때마다 항공사 마일리지를 1.8마일 지급하도록 약관을 변경할 것이라고 고지한 뒤, 약 7개월 후인 2013년 9월부터 변경된 약관을 적용했다.

2015년 4월 A 씨는 카드 가입 시 하나카드가 마일리지 혜택이 인터넷 홈페이지 고지만으로 변경될 수 있다는 해당 약관을 전화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하나카드는 A 씨처럼 관련 정보를 스스로 습득하고 인터넷을 통해 카드를 발급받는 경우에는 약관 변경을 추가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1, 2심은 “전자거래(인터넷) 방법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법령에서 특별히 설명 의무를 면제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약관의 중요 내용을 설명할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A 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맞다고 판단했다. A 씨가 인터넷 홈페이지 고지 말고 별도로 설명을 받지 않았다면 약관 변경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 관련 소송에 영향 미칠 듯

하나카드는 재판에서 A 씨가 카드에 가입할 때 명시된 약관이 금융위원회 고시와 같으므로 고객이 약관 내용을 숙지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문제가 된 약관 조항은 금융위원회 고시와 같은 내용이지만 이는 행정규칙”이라고 지적했다. 또 “행정규칙은 일반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약관이 고시와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 설명 의무가 면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금융위원회 고시가 법령이 아니라 행정규칙이므로 고객이 잘 알 수 없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대법원 판결은 카드회사가 현재 인터넷 가입 고객들과 진행하고 있는 다수의 마일리지 청구 소송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나카드는 관련 소송을 여러 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결과를 존중한다. 내부 협의를 거쳐 고객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합리적인 대응 방향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호재 hoho@donga.com·남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