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함께 찾아온 ‘야간 골프’ 주말 절반 비용으로 라운드 “퇴근하고 오후7시 타임 가능” 골프장도 밝은 조명 설치 화답… ‘그린피+치맥’ 등 서비스 상품도
최근 한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면서 야간 골프 라운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시원한 밤공기, 낮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그린피, 색다른 서비스 등이 묘미로 꼽힌다. 경기 파주시 베스트밸리골프장에서 야간 골프를 즐기고 있는 골퍼들. 파주=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금요일이던 24일 오후 8시 40분 경기 파주의 베스트밸리골프장 7번홀(파5) 티박스. 새까만 밤하늘 아래 흰색 공 하나가 빨랫줄처럼 날아가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티샷을 마친 여성 국악인 방모 씨(59)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번졌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그는 지인 3명과 골프에 나섰다. 30년 넘는 구력에 한때 싱글 핸디캡이었던 방 씨는 “낮에 너무 더워 힘들었는데 시원하고 가슴이 뻥 뚫린다. 풀벌레, 개구리 우는 소리도 들으며 불금을 제대로 즐겼다”며 웃었다.
이날 서울의 한낮 최고기온은 32도를 넘었다. 방 씨가 골프를 친 야간에는 기온이 20도 내외여서 서늘한 느낌에 긴팔 티셔츠를 입어야 할 정도였다. 최근 이 골프장의 3부(오후 3시 50분 이후 티오프) 시간대는 30팀 가까운 예약이 꽉 찰 정도로 골퍼들이 몰려들고 있다.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야골(야간 골프)’이 주목받고 있다. 쾌적한 환경에 비용도 저렴해 주말보다 절반 가까운 가격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골프장도 많다. 직장인은 반차를 내거나 퇴근한 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골프장 부킹 서비스 업체인 XGOLF에 따르면 5월 야간 골프 라운드 예약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베스트밸리골프장은 평창 겨울올림픽 조명을 책임진 블루카이트가 시공을 맡았는데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조도는 티박스 250럭스, 페어웨이 150럭스, 그린 350럭스 등이다. 주택 거실의 조도가 150럭스이고, 학교의 일반 교실 조도가 300럭스 정도다. 야간 플레이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 수도권의 한 골프장 캐디로 일하는 이모 씨는 “야구 야간 경기에서 홈런 볼처럼 타구의 궤적이 똑바로 잘 보인다. 공 찾기도 쉽다”고 말했다.
야간 골프 라운드는 모르는 사람과 함께 공을 치는 ‘조인 문화’도 활발하다. 주중에 네 명이 한 팀을 이루기가 어려울 수도 있어 골프장 홈페이지나 부킹 사이트 등을 통해 동반자를 찾는 ‘혼골족’이 늘어나고 있다. 인천의 한 골프장 캐디인 박모 씨는 “야간에는 골프 열정이 뜨거운 실력파 고수들이 많아 일하기도 편하다”고 말했다.
불야성을 이룬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
파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