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관광객 다뉴브강 참변]사고 어쩌다가 일어났나
29일(현지 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는 갑작스레 방향을 바꾼 ‘바이킹 시긴’호에 추돌당한 뒤 순식간인 7초 만에 침몰했다. 갑판 승객은 그대로 물에 빠졌고 1층 선실의 관광객들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다뉴브강의 부다페스트 도심 구간은 수심이 5m 안팎으로 깊었고 폭우가 내려 유속도 빠른 상태였다. 탑승객의 상당수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아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 크루즈선이 뒤에서 밀어 침몰
가해선박에 추돌 흔적 선명 30일(현지 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의 선두에 전날 발생한 추돌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부다페스트=AP 뉴시스
○ 폭우 이어져 유속 빨라졌다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부다페스트 현지 시간 29일 오전 2시부터 24시간 동안 내린 누적 강수량은 37mm였다. 헝가리 5월 평균 누적 강수량(55mm)의 67.3%에 달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부다페스트에는 천둥을 동반한 폭우가 이어졌다. 현지 M1방송은 강물이 불어난 상황에서 곳곳에 소용돌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일부를 제외한 승객 대부분이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30일 브리핑에서 “확인 결과 선실에 있을 경우 안전을 위해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안전한 장소에 보관한 후 갑판에 올라갈 때 입도록 했다”며 “선박이 투어를 마치고 귀환하는 길이라 많은 고객들이 실내에 있었기 때문에 착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허블레아니호의 운항사 파노라마 덱 대변인은 현지 인터뷰에서 “평소 같은 날이었고 일반적인 운항이었다. 우리는 하루에 수천 명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유람선 투어를 진행한다. 이런 일(침몰)이 발생할 징후 같은 건 없었다”고 말했다.
현지 관광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예견된 참사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폭우 속에서도 다뉴브강에는 수많은 유람선이 떠 있었다. 다뉴브강에 길이 100m가 넘는 대형 유람선이 다수 도입되면서 기존의 작은 유람선 운항이 위험하다는 우려가 나왔고 폭우가 쏟아졌지만 선사들은 유람선 운항을 강행했다. 유람선이 클수록 큰 물살을 만들어 작은 유람선에 영향을 미치지만 야간 운항에서는 작은 유람선이 큰 유람선의 시야 안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많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지점에선 1년 반 전에도 유람선과 호텔 크루즈선이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시에는 1명이 부상을 입었을 뿐 사망자는 없었다. 27년간 유람선을 운항한 쿠르벨리 언드라스 씨는 현지 언론에 “사고가 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며 “큰일이 일어나야 위험한 운항 관습이 바뀔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임보미 bom@donga.com·신나리·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