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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10분’ 주총…5일 버틴 노조 따돌리고 ‘속전속결 작전’

입력 | 2019-05-31 14:32:00

노조는 주총장 변경 ‘위법’ 주장…법적 대응



31일 울산대학교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장 앞에서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2019.5.31/뉴스1 © News1

31일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울산대학교 체육관의 단상 옆 벽면이 부서져 있다. 2019.5.31/뉴스1 © News1

31일 울산대학교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에서 법인분할이 결정된 이후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회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2019.5.31/뉴스1 © News1


현대중공업이 31일 오전 회사를 둘로 나누는 물적분할 안건을 임시주주총회에서 가결시켰다. 애초 주총은 이날 오전 10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노동조합이 주총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면서 갑작스레 장소가 변경됐다. 노조원들은 27일부터 5일째 주총장을 점거했지만 정작 주총은 변경된 장소에서 10여분 만에 끝났다.

현대중공업이 법원에서 파견한 감사인의 지도로 주총 장소가 변경됐다고 알린 시간은 오전 10시30분쯤이었다. 변경된 장소는 울산대학교, 시간은 11시10분으로 공지됐다. 40분이 남은 상황에서 20㎞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주총장 변경 소식이 전해지자 농성을 벌이던 노조원들과 이들과 대치하던 경찰들, 또 취재진까지 한꺼번에 이동하면서 한동안 차와 오토바이, 사람들이 엉키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빚어졌다.

한마음회관에서 울산대학교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50분~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승용차로는 30~40분 걸리는 거리다. 그 때문에 점거 농성을 진행 중이던 노조원들은 대부분 주총장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 뒤늦게 도착한 노조원들도 배치된 경찰, 용역 인력들에 막혀 주총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주총장에 도착했던 기자들도 현대중공업 측에서 출입을 막으면서 주총장 내부 취재가 불가능했다. 11시10분쯤 의장인 한영석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의 인사말로 시작한 주총은 물적분할 건과 사내이사 선임 건을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10여분 만에 끝났다. 주총장에는 60여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주총이 끝날 때 쯤 노조원들이 체육관 단상 측 벽면을 뚫고 난입해 소란이 빚어졌지만 주주들과 회사 관계자들이 퇴장하면서, 결국 주총장에는 소수의 노조원들만 남게 됐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조는 주총장소 변경 공지 직후 입장문을 발표하고 “한마음회관에서 변경된 장소로의 이동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부 주주들만을 미리 울산대 체육관에 모아서 의결처리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속노조는 회사의 주총장 변경을 무효임을 주장하는 법적인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금속노조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주주 자격이 있는 노조원들이 주총에 참여하지 못해 권리를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법원이 파견한 감사인의 지시를 받고 주총을 진행해도 된다는 승인을 받아 진행한 만큼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이동 시간이 제한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주주들은 미리 준비한 버스를 이용해서 이동시켰고 감사인도 택시를 통해 새로운 주총장소로 이동해 제시간에 주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한마음회관에서 농성을 진행하면서 주총이 열린 가능성이 있는 대체지에도 집회 신청을 하고 조합원들 일부를 배치하는 등의 대비책을 마련했지만 끝내 주총을 막지 못했다.

(울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