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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일대일로 늪’에 빠지다… “수백억 달러 투입, 부실채권 급증”

입력 | 2019-05-31 15:17:00

● 지구 3분의 2에서 사업…곳곳 파열음
● “어쩌다 일이 이렇게 커졌나. 갈피 못 잡아”
● “뇌물·부정부패 비용 천문학적”
● 미국의 베트남전 수렁과 비슷
● ‘새로운 조공체계’에 참가국 반발 시작
● 시진핑 정권과 함께 끝날 듯




4월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뉴시스]

신동아 2018년 10월호 윤성학 교수의 일대일로 기사는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으로 개도국들에 채무 부담을 지운다는 내용이다. 이번 기사는 중국 자신도 늪에 빠지고 있다는 점을 전한다. 지구의 3분의 2에서 추진 중인 각종 인프라 사업에 들어가는 자금을 감당하지 못해 축소하고 연기한다고 한다. 수익 감소-투자금 손실 악순환 조짐이 심상치 않다. 일대일로는 몰락하는 것일까.[편집자 주]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작품이다. 시진핑 권력이 끝나면 일대일로도 끝날 것이다. 마오쩌둥의 작품인 대약진운동이 마오의 권력과 함께 사라진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은 덩샤오핑 사후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약진운동은 중국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개혁개방은 오늘날 부강한 중국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일대일로는 실익은커녕 갈등과 분쟁만 불러오는 것으로 비친다.

시진핑의 오버액션

4월 26일 개최된 일대일로 정상포럼에는 무려 37개국 정상과 150개국 5000여 대표단이 참석했다. 2년 전 1차 정상포럼과 비교하면 참석 인원의 규모가 훨씬 커졌다. 이 기간에 283개 분야에서 640억 달러의 투자와 교역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동안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중립적이던 일부 유럽 국가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시진핑은 정상포럼이 끝난 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의미하는 ‘중국몽(中國夢)’을 재천명하고 나섰다.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압박과 견제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 포럼을 통한 다자주의 진영의 세 결집에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이 행사를 통해 중국은 유라시아의 중심이 된 셈이다.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이론지인 ‘치우스(求是)’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중화 문명은 5000년 역사를 통해 중화민족의 정신을 대표해왔다. 다른 문명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형성돼왔다…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를 포용하는 중국몽의 실현은 물질과 정신문명이 함께 발전하는 과정이다.” 

시진핑에게 죄송한 이야기지만 중화 문명은 현대의 중국 정치 지도자가 사용해서는 안 되는 용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중화 문명을 앞세워 주변 국가들을 비문명화된 오랑캐 무리로 여겼다. 중화 문명은 다른 민족에 대한 중국의 지배와 통제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일종의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마틴 자크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이라는 책에서 “문명국가는 ‘하나의 문명, 다수의 체제’ 원칙에 기반하며 문명국가에서 파생된 조공제도 역사도 마찬가지다. 반면 서구의 주권 개념은 ‘하나의 국민국가, 하나의 체제’에 근거를 둔다”고 지적했다. 

서구 국가들에서는 국민이 ‘국민국가’에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서구식 민주화를 경험한 아시아의 한국, 일본, 태국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우리도 존중받기를 원한다.

“중국 중심으로 세계 포용하는 중국몽”

일대일로 포럼 광고판. [AP=뉴시스]

반면 시진핑의 ‘중화인민공화국’은 중국이라는 정체성보다는 ‘중국 문명의 계승자’를 강조한다. 이 순간 주변 국가와의 관계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전환된다. 그래서 중국은 한국이 사드를 배치한 것에 대해 “대국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분노한다. 일대일로는 이러한 중국식 국제관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또 다른 조공체계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많은 학자는 일대일로가 어떻게 시진핑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는지 의아해한다. 시진핑은 2013년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꺼내 들었다. 전자인 벨트(Belt)는 중앙아시아를, 후자인 로드(Road)는 동남아시아를 겨냥한 것이었다. 이후 중국 공산당은 ‘중국이 이웃 나라를 연결하는 인프라에 투자한다’는 아이디어를 승인했다. 그러나 이때도 이 구상은 중국 언론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일대일로는 처음엔 중국 주변 국가를 상대로 한 대외정책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몽골-러시아 경제회랑(길고 좁은 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중국-미얀마-방글라데시-인도 경제회랑이 추가됐다. 경제회랑이란 주요 경제권을 철도·도로 같은 물류망을 중심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2015년 중국 정부는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합동 건설에 관한 비전과 행동’이라는 문서를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일대일로는 시진핑의 공식적 대외정책이 됐다. 이후 일대일로는 아프리카, 유럽, 심지어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로까지 확대된다. 결국 중국 대외정책의 모든 것이 되고 있다. 

시진핑은 일대일로에 심취했다. “중국의 양 날개… 일단 이것이 건설되면 중국이라는 독수리가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취임 초기부터 중화민족주의에 경도된 시진핑은 자주 중국몽을 이야기했는데 이제 일대일로는 세계로 뻗어가는 중국몽 그 자체가 되고 있다. 

일대일로 이전 중국 외교는 조용하게 실리를 추구하는 양상을 보였다. 덩샤오핑은 “향후 100년 동안 미국 패권에 도전하려는 꿈을 꾸지 말고 빛을 감추고 은밀하게 힘을 기르라”는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충고했다. 시진핑의 대국굴기와 중국몽은 이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일대일로의 전개 양상은 미국이 베트남전쟁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베트남전쟁의 와중에 로버트 맥나마라 미국 국방장관은 왜 미국이 원치 않는 전쟁에 깊숙이 개입하게 됐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1971년 ‘뉴욕타임스’는 최고 기밀 서류로 취급되던 이 펜타곤 문서를 폭로했다. “베트남전쟁은 미국 정부, 방위산업체, 광신적 반공주의자들이 결탁한 침략 전쟁이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조급증에서 시작됐다. 중국 지도부는 “미국이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동 석유를 운반하는 주요 통로인 말라카해협을 봉쇄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중국이 수입하는 석유의 80%가 통과하는 말라카해협이 봉쇄되면 중국 경제는 그대로 붕괴하는 게 사실이다. 이런 두려움은 중앙아시아를 통한 육상망을 확장하자는 전술로 2013년 이어진 셈이다. 이 무렵 시진핑은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중국은 카자흐스탄을 통과하는 송유관과 가스관의 건설권을 확보했다. 이제 해상수송로를 자국의 통제하에 두고자 했다. 중국은 자국의 쿤밍과 미얀마의 짜욱퓨 항을 연결하는 송유관 및 가스관, 자국의 카스와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을 연결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부정부패가 발생했다. 

카자흐스탄, 미얀먀, 파키스탄 등지의 부패한 현지 정부와 항구 철도 도로라는 엄청난 일거리를 발견한 중국 기업들이 달라붙었다. 과다르 항 자유무역지대, 중국-카자흐스탄 국경지대의 호고로스 자유경제지대는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짐에도 추진됐다. 건설 과정은 복마전이었다. 

“중국 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왔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현지의 부패한 정부는 일대일로를 찬미했고 시진핑의 지도력을 추켜세웠다.

미국의 견제 자초

중국 칭다오 항 관계자가 2018년 11월 22일 취재진에게 유럽-칭다오-인천을 잇는 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 유럽까지 친중국으로 만들겠다는 일대일로 야심은 결국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견제를 자초했고 미·중무역전쟁이 터졌다. 미·중무역전쟁에는 여러 원인이 작용했겠지만 일대일로는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 인도, 한국 같은 소위 ‘중국에 인접한 깨어 있는 국가들’도 일대일로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했다.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커졌나” 하면서 중국 정부 내부에서조차 의아해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대일로의 가장 큰 문제는 해외 인프라 건설을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중국 외화가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언론을 통제하는 국가지만 중국 내부에서도 일대일로는 상당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미국이 베트남전쟁의 수렁에 빠졌듯이 중국은 일대일로의 늪에 빠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일대일로가 중국에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내수 침체로 위기에 빠진 중국 기업들이 일대일로를 기회로 활발하게 해외로 진출하게 된 점이다. 어쩌면 이것이 중국 정부의 속셈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일대일로 사업에선, 인프라가 깔리는 국가가 아니라 중국 기업이 이익을 얻는다는 점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기술적으로 중요하다. 중국은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일대일로는 경제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공동의 이익 공동체이자 운명 공동체, 그리고 책임 공동체”라고 기능적으로 일대일로를 정의한다. 

또한 중국은 외부의 잠재적인 참가자들에게 일대일로가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임을 강조한다. 이에 따르면, 일대일로의 목표는 국가 간 경제협력의 증진이다. 이를 위해 연결성의 향상, 무역 장애의 축소, 금융의 통합, 정책 조정의 강화를 추구한다. 

그러나 중국은 참가국들이 이익을 나눌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사실, 일대일로의 성공을 위해선 유럽연합(EU)이나 러시아 주도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같은 통합적 국제기구가 설립됐어야 한다. 중국은 ‘일대일로는 중국의 일방적인 프로젝트’라는 인상에서 탈피하고 싶어 한다. 국제적 특성을 띠도록 노력하는 척한다. 동시에 중국은 정식 회원국들을 가진 새로운 국제기구의 창설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은 일대일로 참가국들에게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지만 중국 기업들에 더 큰 유인을 준다. 일대일로는 시장 위기에 빠진 중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루트를 따라 진행되는 인프라 투자는 강철, 시멘트를 비롯한 중국 산업의 과잉 생산능력과 유휴 노동력을 흡수한다. 중국 기업들은 일대일로와 관련된 중국 정부의 자금을 통해 낯선 나라에 진입하는 엄청난 기회를 얻었다.

바퀴의 중심과 바큇살

유라시아의 국가들은 처음엔 자국 인프라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반겼다. 그러나 점차 중국 의도를 파악했다. 중국이 제공하는 인프라 건설 비용은 공짜가 아니었다. 중국은 일대일로가 만드는 인프라를 ‘중국이 국제사회를 위해 제공한 공공재’라고 강조한다. 실제로는 해당 국가에 대외부채를 지우는 빚더미에 불과하다. 

중국의 원조는 종종 개발원조와 외국인 투자 형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원조라고 공짜가 아니다. 대부분 조건부로 이뤄져서, 수원국(受援國)의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 양허, 무역 협정, 투자 협상을 강요한다. 이러한 패키지에는 무리하다 싶은 요구 사항도 포함된다. 중국은 타지키스탄에 일부 국토의 양보를 요구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중국군의 주둔을 타진했다. 

계약에 따라 조달된 자재, 장비, 기술, 서비스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공급돼야 한다고 규정된다. 

일대일로를 조정하는 국제기구나 다자간 협의체가 없고 중국과 수원국 간 양자 거래로 진행되고 규칙이 없다는 것은 중국에 강력한 특권을 부여한다. 중국이 중심이 되는 이러한 ‘허브 앤드 스포크(hub-and-spoke·바퀴의 중심과 바큇살)’ 협력 모델은 대개 추상적이고 유연한 규범을 선호한다. 중국은 강력한 주도권으로 자국의 희망대로 지역 내 관계를 조정할 여지를 갖는다. 일대일로의 양자주의는 결국 중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파키스탄, 미얀마, 말레이시아에서 삐걱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한 국가 정상들. [신화=뉴시스]

구체적으로 일대일로의 득실을 따져보면, 중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됐음에도, 중국은 육상과 해상 모두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대일로의 6대 경제회랑은 ▲중국-몽골-러시아 ▲신(新)유라시아 대륙 교량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중국-인도차이나반도 ▲중국-파키스탄 ▲중국-미얀마-방글라데시-인도다. 

이 중 중국은 말라카해협을 대체하는 에너지 루트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에 가장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쿤밍과 미얀마 서부 짜욱퓨 사이에 송유관 및 가스관을 2400여 km나 연결했다. 또한 620억 달러를 들여 중국의 카스와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을 이었다. 

그러나 짜욱퓨 항구 개발사업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정부는 중국이 투자를 많이 할수록 미얀마의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사업규모를 73억 달러에서 13억 달러로 줄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경전철을 건설했다. 파키스탄은 외채 급증으로 외환보유액이 고갈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인프라 투자로 러시아는 혜택을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일대일로 경제포럼에 참석해 일대일로 정책을 지지했다. 

해상 실크로드는 관련 국가들의 반발로 더 큰 난관에 처해 있다. 육상보다는 해상으로 연결된 나라가 월등히 많을 뿐만 아니라 경제 규모도 훨씬 크다. 중국의 해상 전략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하나로 연결해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남아를 핵으로 하는 하나의 축을 구축하려 한다. 또 동북아시아, 중앙아시아, 남아시아를 묶는 다른 축을 형성하려 한다. 

말레이시아가 먼저 제동을 걸었다.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는 동부해안철도 건설 공사를 중단시켰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불공정계약 논란에 휩싸인 다른 일대일로 사업도 재검토할 예정이다. 

해상 실크로드 실현을 위해 중국은 해외에 항구를 개척하고 있다. 개척 방식으로는 항구 건설, 항구 수리, 항구 운영 및 관리권 확보 등이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공격적인 지분 투자에 대한 각국의 경각심이 높아졌다. 중국은 직접적으로 지배권을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자 중국의 항구와 해외 항구 사이에 연맹을 맺어 소프트파워를 강구하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해상으로부터의 역풍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에 반대하는 국가들은 육상보다 훨씬 많고 노골적이다. 일단, 미국과 일본이 반발하고 있다. 미국, 일본, 인도, 호주는 중국을 해상에서 포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베트남, 대만,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도 중국에 쉽게 동조하지 않는다. 

한 국제정치 전문가는 “중국 스스로 태평양과 인도양에 걸쳐 있는 아시아 각국과 어느 정도 협력해야 할지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구매력이 있는 나라들이 아니어서 손익분기점을 맞추기가 요원하다. 일대일로로 인한 중국의 투자 손실이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해상 실크로드의 완성을 1단계 2020년, 2단계는 2021~2030년, 3단계는 2031~2050년까지 잡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무의미한 계획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2014년 12월 400억 달러 규모의 실크로드 기금을 조성했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인프라를 구축해주겠다면서 다자간 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을 설립해 매년 100억∼15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지면?

2월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 [AP=뉴시스]

그러나 이미 추진 중인 6대 경제회랑 내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도 이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본래 인프라 투자는 수익이 잘 나지 않는다. 게다가 부두 건설 등 해상실크로드에는 얼마나 많은 자금이 더 들어가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일대일로 건설 과정에 생긴 ‘회수 불가능한 채권’도 중국 경제에 독이 되고 있다. 부패한 현지 정치세력에 바친 뇌물, 중국 기업들의 부정도 천문학적인 규모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는 2021~2030년을 일대일로의 중기로 잡고 거점을 점에서 선으로 확대해 해상 실크로드의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중국은 이 시기를 GDP 규모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서는 시점으로 가정하고 있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이 이번 미·중 무역전쟁에서 치명적 패배를 당한다면 일대일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대일로와 관련된 중국의 걱정은 태산처럼 커지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무역·투자 관련 규칙을 제정해 세계경제에 주도권을 행사하려 한다. 인민폐를 달러, 유로화와 더불어 세계 3대 화폐로 만들려 한다. 그러나 엄청난 ‘그림자 부채’를 고려하면 위안화는 믿을 수 없는 화폐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일대일로를 2050년까지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 전략을 세운다고 해도 구상 내지 희망 사항에 그칠지 모른다. 중국이 통제할 수 없는 외국에서 진행되는 사업이 많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국가가 갈수록 공격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중국식 부채의 함정에 빠진 신흥국들도 중국이 지원을 끊거나 빚을 회수하려고 들면 노골적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패배하고 경제위기를 맞게 되면 일대일로 사업은 대폭 축소될 것이다. 대규모 인프라 사업들이 중단되면 여기에 참여한 국가들은 중국발 경제위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중국 기업과 중국 노동자가 휩쓸고 간 현장에는 환경 복구 문제뿐만 아니라 장부상 채무가 남을 것이다. 

일대일로는 시간적으로 종결 시점을 정하지 못할 정도로 애매하고, 공간적으로 지구의 3분의 2 이상을 아우를 정도로 포괄적이다. 중국도 일대일로를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것 같지 않다.

“전근대적 조공체계”

그래서 “일대일로는 사업도 제도도 아닌 새로운 조공체계”라는 말이 나온다. 중국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고 관계를 정상화한다면 인프라를 깔아주겠다는 논리다. 

심지어 일대일로는 주권국가로 구성된 근대 세계를 전제하지 않는다. 모든 나라는 중국을 중심으로 양자 관계로 구성되고 중국의 호의에 기대야 한다. 21세기 세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국가들이 글로벌 문제에 똑같이 주권을 행사한다. 일대일로는 독립적으로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자 하는 근대 세계와 양립하기 힘들다.

윤성학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19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