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 달러(한화 약 350억 원)에 팔지 않겠습니까?"
"아뇨."
"아뇨."
지난 2015년, 미국 방송사 ABC(American Broadcasting Company)에서 방영 중인 창업 프로그램 '샤크 탱크(Shark Tank)'에 패널로 참석한 억만장자 투자자 마크 큐번이 한 스타트업 대표에게 3,000만 달러(한화 약 357억 원) 인수를 제안했다. 3,000만 달러는 당시 프로그램 사상 최고액.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망설임 없는 'No'였다.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었다.
3,000만 달러 제안을 거절했던 샤크 탱크의 한 장면, 출처: ABC
3,000만 달러 인수 제안을 거절한 스타트업은 스마트폰 소개팅 앱을 서비스하고 있는 '커피미츠베이글(Coffee Meets Bagel, 이하 CMB)'다. 한가지 더 눈길을 끄는 사실은 CMB 개발자가 한국인 세 자매라는 것. 큰 언니 강수현씨와 쌍둥이 동생 강아름, 강다운씨가 주인공이다. 방송 이후 주목받은 CMB는 지난 2018년에 시리즈 B 펀딩을 통해 1,200만 달러를 투자 받으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에 IT동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고 있는 강다운씨와 페이스타임을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진솔한 만남을 '컨설팅'한다?
강다운 대표(이하 강 대표): CMB는 모바일 앱을 통한 데이팅 서비스다. (수많은 데이밍 앱과 다른 차별점에 대한 질문에) 다른 데이팅 앱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좀더 개인화되고, 추천화된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진솔한 만남을 추구한다. 두 사람이 가장 어울리는 코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달라.
CMB 화면, 출처: CMB 블로그
IT동아: 좀더 부연 설명을 듣고 싶다.
보통 데이팅 앱은 커다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서 끝난다. 남자 혹은 여자가 수많은 이성 정보를 보고, 그 중 선택해 대화(전화, 문자, 메신저 등)를 나누고, 오프라인에서 만난다. 어떤 앱은 5분만 투자하면 100명에게 연락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떤 진솔한 만남을 추구할 수 있을까.
CMB는 여기에 집중했다. 목표 자체가 다르다. 우리는 사용자를 '분석'하고, 사용자에게 어울리는 '이성'을 추천한다. 분석에 필요한 정보는 사용자의 페이스북과 가입 시 받는 간단한 프로필을 시작으로 CMB 앱을 사용한 데이터에서 얻는다. 어떤 이성에게 호감을 표현하고 비호감을 표현했는지 등을 심도있게 분석한다.
사용자 개인 정보를 분석한 추천 솔루션
강 대표: 음… 비슷하다(웃음). 참 어렵다. 많이 어려운 문제다. 처음에는 '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지난 몇 년간 운영하면서 '하면 할수록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더더욱 개인화하고 좋은 이성을 추천할 수 있을까라고. 마치 데이팅 코칭과 가이드를 제공하는 기분이다.
현재 CMB 직원 50명 중 개발자만 35명이다.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 '사람마다 다른 이상형 코드를 찾기 위한 분석 툴'이라고 생각해달라.
CMB 강다운 대표, 출처: IT동아
IT동아: chemistry compatibility… 적당한 뜻일지 모르겠지만, 궁합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코드를 찾아간다는 것인데.
강 대표: 맞다. 코드를 찾아가는 방식이 다르다. 기존 데이팅 앱과 다르다. 데이팅 앱은 결국 다른 이성을 매칭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문제는 두 이성의 성향이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꼭 남자와 여자로 나눠서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데이팅 앱, 데이팅 서비스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남자가 적극적으로 데이팅 앱에서 이성을 찾는다. 이건 모두 공감할 것이다(웃음). 하지만, 지나친 남자의 관심이 여자는 부담스럽다. 예를 들어보자. 여자 입장에서는 전혀 관심 없는 남자가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하면 어떨까? 개인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껄끄러워 한다. 어떤 코드도 맞지 않는 사람이 만나자고 한다면 무섭기도 한다. 이렇게 세심한 부분을 신경써야 한다.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까지 약 5,000만 커플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미국과 홍콩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 좋은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로 받을 수 있었다.
3,000만 달러 보다 중요한 것, 처음 그 목표
강 대표: 하하. 지난 일이지만, 방송에 나간 이후 많은 관심을 받았다(웃음). 많이 받은 질문인데, 대답은 하나다. 우리의 가치를 더 높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샤크 탱크에 출연을 결심했을 때는 초기 단계를 지나 시리즈 A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마침 방송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워낙 스타트업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기도 했고, 주변 지인들도 출연하는 것이 성장에 나쁘지 않다고 조언해줘 출연했다.
3,000만 달러라는 제안 금액이 워낙 커서 이슈가 되었지만,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우리는 처음 시작했던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
지금 현대인들 특히, 젊은이들은 시간이 많이 없다. 학교 졸업한 뒤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계속 줄고 있는데, 마땅한 대책이 없다. 그래서 기획한 것이 사람들을 연결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2015년이 아닌 지금 2019년에도 우리 목표에, 욕심에 차지 않았다. 가치 평가는 그 때 받아야 하는 것 같다. 우리 스스로 만족했을 때(웃음).
CMB 강다운 대표와 직원들의 모습, 출처: IT동아
한국인 세 자매, 여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데이팅
강 대표: 1996년, 그러니까 13살 때 아버지가 미국 하와이로 유학을 보내주셨다. 큰 언니(수현) 나이는 15살이었고…. 돌이켜보면, 부모님이 무슨 생각으로 세 자매만 미국으로 보냈는지 황당한 일이긴 했다(웃음). 큰 언니가 부모님 역할을 다 했다. 하와이에 오자마자 운전면허부터 따서 우리 둘을 학교에 보내주고. 아마 혼자 생활했다면, 이렇게 버티지 못했을 것 같다. 그 때부터 책임감이 생겼던 것 같다. 아버지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었고.
강수현, 강아름, 강다운 세 자매의 어린 시절 모습, 출처: IT동아
아름 언니가 하버드경영대학을 졸업한 뒤 사업을 해보자는 제안을 처음 했다. 당시 저는 홍콩 JP모건에서 일하고 있었고, 아름 언니는 수현 언니가 일하고 있던 뉴욕에 함께 있었다. 언젠가 사업을 해보자는 생각은 우리 셋 모두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사업하던 모습을 보며 자랐기에,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것 같다.
그렇게 찾은 아이템이 데이팅 앱이었다. 기존 데이팅 앱, 데이팅 서비스는 여자 입장에서 사용하는데 너무 불편했다. 어딘가 찜찜했다. '왜 이렇게 디자인한거지?'라는 의문이 계속 생겼다. 문제를 찾아보니, 남자만 많고, 여자는 없더라. 앞서 살짝 언급했지만, 성비의 불균형은 여자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고, 계속 악순환으로 반복됐었다.
IT동아: 어린 세 자매를 낯선 이국 땅으로 보낸 아버지의 용단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 것 의아하다(웃음). 아, 혹시 사업 초기 아버지의 도움이 있었던 것인가.
강 대표: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CMB 창업 초기 주변에서 '좋은 직장 다니는데 왜 사업을 시작하냐'고 말할 때, 아버지는 계속 응원해주셨다. '고여 있는 물은 썩고,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지속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믿어주셨다. 초기 창업 자금은 우리 스스로 마련했다. 이후 시드와 시리즈A, 그리고 시리즈B 투자를 받았고. 다만, 아버지가 "망하면 도와줄께"라고 말씀은 하셨다(웃음).
CMB 강다운 대표, 출처: IT동아
IT동아: 여자로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지.
강 대표: 여자, 동양인이라고 크게 차별받은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스스로 고민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주변을 둘러봤을 때, 동양인이 많지 않아 스스로 다가가지 못하고 마음의 문을 닫게 되는 일이 많았다. 나처럼 생긴 사람이 없고, 다들 잘하는 것 같기만 하고…,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어 '나만 못하는 건가'하는 결론이 나더라. 원래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유독 남자가 많은 탓에 포기하기도 했고. 그래서 후회가 남는다.
다만, 아니러니하게도 여자였기에 지금의 CMB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같은 여자로서 공감한 것이 컸다. 공감에 대한 결과가 지금 CMB 서비스 방식이다. 우리는 양보다 질을 추구한다. 하루에 한번 제한된 수의 추천. 남자는 선택의 폭이 넓은 걸 선호하나, 여자는 선택의 폭이 좁더라도 선별된 것을 원한다. 이 차이를 공감했기에 지금의 CMB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실리콘밸리의 투자가들은 대부분 남자인데, 이 차이를 설명하는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웃음).
IT동아: 어느새 CMB를 선보인지 많은 시간이 지났다. 올해 분위기는 어떤지. 한국 출시 계획도 궁금하다.
강 대표: 사실 CMB는 글로벌로 선보인 앱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사용할 수는 있다(웃음). 다만, 아직 한국어 번역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아 많이 알리지 못했다. 제가 한국 사람인만큼 언젠가는 완벽한 번역과 함께 선보이고 싶다.
지난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개발에 집중했던 것 같다. 아직도 노력하고 있다. 한가지 욕심이 있다면, 시대의 흐름을 견뎌낼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앞으로도 CMB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