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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현대 국가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

입력 | 2019-06-01 03:00:00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강주헌 옮김/600쪽·2만4800원·김영사




제목만으로는 세계가 앞으로 직면하게 될 변동과 대처 방법을 알려주는 미래 예측서처럼 보인다. 책을 열면 다른 내용과 먼저 만나게 된다. 문명사를 분석한 책 ‘총, 균, 쇠’로 낯익은 저자는 핀란드, 일본, 칠레 등 7개 국가가 현대에 직면했던 위기들을 소개하고 이 나라들이 어떤 이유로 위기를 맞았으며 어떤 요인으로 위기를 극복했는지를 분석한다.

국가의 위기와 관련된 요인들은 12개 항목으로 요약된다.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적 합의, 국가적 책임의 수용, 정확한 자기평가 등이다. 이 요인들을 개인들의 위기와 관련된 12개 요인과 비교해 한층 실감 있게 와 닿는다.

핀란드는 1917년 독립과 함께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겪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소련과 두 차례의 전쟁을 치렀다. 1억7000만 명 대 370만 명의 싸움이었고 남자 스무 명 중 한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독립을 지켜냈다. 무엇이 비결이었을까. 12개 항목 중 핀란드는 ‘책임 수용’ ‘강력한 정체성’ ‘정확한 자기평가’ ‘유연성’을 뚜렷이 보였다. 부족했던 ‘동맹의 지원’ ‘본받을 사례’ ‘지정학적 제약으로부터의 자유’를 지혜롭게 보완했고, 세계무대에 우뚝 설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의 부흥, 정치적 격변과 인권 탄압을 겪은 칠레와 인도네시아, 분단과 세대 갈등을 극복한 독일, 영연방의 일원에서 동쪽 세계의 일원으로 국가 정체성을 재정립한 호주, 마지막으로 미국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소개하며 12개 요인을 통한 극복 방법을 분석한다.

제목에서 기대한 ‘미래 세계의 예측’은 마지막 11장에 등장한다. 핵무기, 기후변화, 자원 고갈, 불평등을 최대 위기 요인으로 꼽은 점은 새롭지 않다. 새로운 것은 현재 세계가 직면한 이 문제들도 ‘12개 요인’의 분석틀을 거치는 점이다. 첫 항목부터 꼽아 보자. 인류는 현재의 위기를 인정하고 책임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