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강주헌 옮김/600쪽·2만4800원·김영사
국가의 위기와 관련된 요인들은 12개 항목으로 요약된다.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적 합의, 국가적 책임의 수용, 정확한 자기평가 등이다. 이 요인들을 개인들의 위기와 관련된 12개 요인과 비교해 한층 실감 있게 와 닿는다.
핀란드는 1917년 독립과 함께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겪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소련과 두 차례의 전쟁을 치렀다. 1억7000만 명 대 370만 명의 싸움이었고 남자 스무 명 중 한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독립을 지켜냈다. 무엇이 비결이었을까. 12개 항목 중 핀란드는 ‘책임 수용’ ‘강력한 정체성’ ‘정확한 자기평가’ ‘유연성’을 뚜렷이 보였다. 부족했던 ‘동맹의 지원’ ‘본받을 사례’ ‘지정학적 제약으로부터의 자유’를 지혜롭게 보완했고, 세계무대에 우뚝 설 수 있었다.
제목에서 기대한 ‘미래 세계의 예측’은 마지막 11장에 등장한다. 핵무기, 기후변화, 자원 고갈, 불평등을 최대 위기 요인으로 꼽은 점은 새롭지 않다. 새로운 것은 현재 세계가 직면한 이 문제들도 ‘12개 요인’의 분석틀을 거치는 점이다. 첫 항목부터 꼽아 보자. 인류는 현재의 위기를 인정하고 책임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