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비엣 타인 응우옌 지음·부희령 옮김/440쪽·2만2000원·더봄
현대사의 전개는 우리와 달랐다. 1965년부터 10년 동안 치른 내전에서 사회주의 정권인 북베트남이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에서는 ‘베트남 전쟁’이라 일컫는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미국 전쟁’이라고 부른다. 전쟁을 기억하는 서로 다른 시선을 보여주는 결과다.
1971년 전쟁 중인 베트남에서 태어나 1975년 해상 난민이 되어 미국으로 이주한 저자가 베트남 전쟁을 공정하게 기억하는 방식을 소개한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의 교수인 저자는 2016년 베트남 전쟁을 다룬 소설 ‘동조자’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이기도 하다.
한국 역시 베트남전에 대한 올바른 역사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한국 사회가 베트남전 참전으로 얻은 경제적 이윤과 희생만을 부각하고, 한국군이 저지른 일탈 범죄에 대해서는 제대로 기억하지 않는 현실을 꼬집는다.
저자는 역사를 기록할 때 무엇보다 공정한 기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뿐 아니라 타자를 기억하는 윤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은 두 번 치러진다. 한 번은 전쟁터에서, 두 번째는 전쟁을 기억하는 방법을 둘러싼 다툼에서 벌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으로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어떻게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지 일러주는 유용한 참고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