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수석대표 긴밀히 협조해 나가기로" 비건 美특별대표 인도적 지원에 "노코멘트" 日 가나스기 겐지 "오늘 할 이야기가 없다"
한국과 미국, 일본 북핵수석대표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만나 대북 메시지를 조율했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31일 오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 내 ‘워터폴’ 식당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나 약 2시간20분 동안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이 본부장은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 수석대표들이 여러가지 이슈들에 대해서 긴밀하게 이야기를 잘 해왔다”며 “그동안 잘 협조해왔듯이 앞으로 계속 다 협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한미 정상회담 전에 북미나 남북이 접촉할 기회가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 방안에 대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냐’는 질문에 “모든 주제가 다 이야기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본부장은 대북제재 문제나 북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식량지원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 모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냐는 등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지만 “노 코멘트하겠다”며 함구했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이날 회동에 대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상황을 점검·평가하고, 지금 상황에서 대화국면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적절한 대북 메시지를 조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본부장은 다음 날인 1일 오전에 가나스기 국장, 오후에는 비건 특별대표를 잇따라 만나고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아시아안보회의는 매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지역 최대 연례 회의다. 아시아·태평양과 유럽 주요국의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비롯해 글로벌 및 지역 안보 현안들을 폭넓게 논의한다. 회담이 열리는 호텔 이름을 따 ‘샹그릴라 대화’라고 불린다.
안보수장들의 모임인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북핵 수석대표들이 회동을 갖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일 북핵수석대표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지난 3월 워싱턴 회동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