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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어렵게 첫발 뗀 현대重 합병, 밥상 엎는 愚 없어야

입력 | 2019-06-01 00:00:00


현대중공업이 어제 노조의 반발 속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법인 분할(물적 분할) 안건을 승인했다. 현대중공업의 법인 분할은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을 위한 사전 절차다.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현대중공업 노조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조합원들의 회의장 점거로 한때 무산 우려도 있었으나 회의장을 긴급 변경해 안건을 통과시킨 것이다.

세계 조선업 1, 2위인 두 회사가 최종 합병되면 저가 수주, 출혈 경쟁이 해소되고 규모의 경제가 커져 글로벌 수주전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중복 투자 등 비효율도 줄고, 연구개발 등에서 시너지 효과도 생긴다. 중국 등의 추격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국내 조선업이 활로를 찾고, 나아가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월 “대우조선 인수로 세계 1위 입지를 굳건하게 한 것을 축하한다”고 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법인 분할은 승인됐지만 이는 첫 단추일 뿐 갈 길은 멀다. 당장 다음 달 중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유럽연합(EU)과 미국 중국 등 10개국 공정거래 당국에 기업 결합 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EU 중국 일본 등 경쟁국들로서는 반갑지 않은 인수합병이라 작은 문제도 트집 잡아 제동을 걸 우려가 있다. 특히 주력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선, 초대형 원유운반선 등 분야에서 합계 점유율이 50%가 넘는 두 회사의 결합을 독과점으로 몰아가려 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주총을 물리력으로 막으려 했던 노조의 합병 반대 파업은 조선업 회생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경쟁국 공정거래 당국에도 이용될 수 있는 행동이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21, 22일 벨기에에서 열린 국제제조산업노조 세계집행위원회에 참석해 매각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노조가 합병 과정에서의 고용 불안을 우려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합병 자체를 무산시킨다면 그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20여 년처럼 계속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연명하면서 그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시킬 수는 없다.

안타까운 것은 노동계의 물리력 행사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다. 정부는 주총 하루 전에야 불법 파업을 지적했을 뿐 이에 대한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다. 최종 합병까지 현대중공업호는 일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경쟁국이란 험한 파도를 넘어야 한다. 정부가 선미(船尾)에서 구경만 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