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사고 수색현장 르포
부다페스트=동정민 특파원
31일(현지 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을 순찰 중인 경찰 보트가 유람선 허블레아니 침몰 현장인 머르기트 다리 옆에 섰다. 보트를 운전한 남성 경찰은 기자에게 “깊어야 6m 정도이던 수심이 며칠간 계속된 폭우로 더 깊어졌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오전 10시(한국 시간 오후 5시) 헝가리 경찰의 도움을 받아 약 15분간 경찰 보트를 타고 실종자 수색이 진행되는 다뉴브강 일대를 다녔다. 사고 현장에는 4대의 배가 있었다. 지난달 30일 오후부터 투입된 헝가리 군함이 눈에 띄었다. 이 경찰은 “수색 작업에만 사용되는 특수 군함이다. 레이더가 있어 강바닥을 샅샅이 훑을 수 있다”고 했다.
낮은 수온도 구조를 방해하고 있다. 갈 크리슈토프 헝가리 경찰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다뉴브강 물 온도가 15도에 불과해 체온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잠수부들이 물속에 오래 있지 못해 자주 바꿔 주고 있다”고 했다.
현지 언론 넵서버는 허블레아니호를 침몰시킨 바이킹 시긴호에 이날 새 함장이 와서 그가 배를 이끌고 부다페스트를 떠나 독일로 향했다고 전했다. 침몰 당시 바이킹 시긴호를 몰았던 우크라이나 선장 유리 C 씨(64)는 부주의 및 태만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사고 후에도 약 45분간 이 배를 몰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경찰은 사망자 7명을 수습한 장소도 공개했다. 2명은 사고 지점에서 약 3km 떨어진 에르제베트 다리 인근, 4명은 5∼6.5km 떨어진 라코치 다리 인근에서 발견됐다. 한 희생자는 무려 11.6km 지점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다뉴브강 전역으로 수색 범위를 확대했다. 세르비아, 루마니아 등 인근 국가에서도 수색이 이뤄지고 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31일 국영라디오 인터뷰에서 “탑승객들이 사실상 생존 기회가 없었다는 점에 충격받았다”며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당국의 늑장 대응으로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넵서버는 “구조당국의 첫 앰뷸런스가 사고 발생 30분 후에야 도착했다. 또 불과 세 명의 구조자만을 실어 갈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생존자 7명은 대부분 비(非)전문가가 구조했고, 뒤늦게 온 구조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일부는 시도조차 못 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 산하기구인 라인강운항중앙위원회(CCNR)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유럽 각국 강을 운항하는 크루즈선은 346척에 달한다. 이런 대형 선박이 허블레아니호 같은 작은 배를 뭉개고 지나갈 위험이 컸던 셈이다. 넵서버는 몇 년 전부터 큰 운송 회사가 참여하면서 선박 운항 인력이 부족해졌다고도 진단했다. 아마추어들을 고용하면서 사고 위험이 커졌고 이번 사건 또한 전형적 인재(人災)라고 비판했다.
한국에서 온 유가족들은 31일 부다페스트 공항에 도착해 현지 호텔 3곳에 나눠 묵기로 했다. 우조키 병원에 입원 중인 생존자 이모 씨는 갈비뼈 골절 등을 치료 중이다. 나머지 생존자 6명은 퇴원한 뒤 호텔에 머무르고 있다.
부다페스트=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