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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스캔들-무역전쟁-2020 대선… ‘트리플 이슈’에 연일 폭풍 트윗

입력 | 2019-06-01 03:00:00

[글로벌 포커스]올들어 ‘트윗 집착’ 더 심해진 트위터狂 트럼프
“재선 향한 특유의 승부사 기질 폭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 애호가’란 사실은 전혀 새롭지 않다. 올 들어 유독 트윗 집착증이 더 심해진 게 특징이다. 횟수와 내용 면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폭풍 트윗(twitter storm)’을 거의 매일 날리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 특별검사 수사보고서 발표, 중국과의 무역전쟁, 정적(政敵)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기 싸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CNN,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그 정점에 내년 대선이 자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재선을 위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트윗 폭풍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 ‘가짜뉴스’ 압도한 ‘러시아 스캔들’

대통령 트윗을 업데이트해 온 웹사이트 ‘트럼프트위터아카이브(trumptwitterarchive.com)’에 따르면 그는 취임 첫해인 2017년 하루 평균 6.8건의 트윗(리트윗 포함)을 올렸다. 지난해 9.4건, 올 들어 14.2건으로 계속 늘었다. 특히 5월에는 매일 평균 22.5건을 올려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언론은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보고서 발표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한다. 뮬러 특검은 3월 23일 최종 수사보고서를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제출했다. 이후 두 달간 트럼프 대통령은 무서운 속도와 분량으로 트윗을 날렸다. 액시오스 등은 4, 5월 대통령이 ‘공모 부인’ 55회, ‘사법방해 부인’ 32회, ‘사기’ 23회, ‘마녀사냥’ 22회 등 특검에 관한 트윗을 집중적으로 게재했다고 전했다.

그의 기존 단골 주제였던 ‘가짜뉴스’는 뒤로 밀려났다. 트럼프트위터아카이브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860일간 총 714건의 러시아 스캔들 관련 트윗을 날려 트윗 주제 중 독보적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이어 가짜뉴스(451건), 친(親)트럼프 성향 폭스뉴스 및 숀 해니티 폭스 앵커(423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270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220건) 등 주제들이 그 뒤를 이었다.


○ 무역전쟁 트윗도 급증

2017∼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가짜뉴스, 야당 민주당 인사 공격 등 국내 정치에 집중했다. 올해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관련 트윗이 대폭 늘었다. 4, 5월 두 달간 그는 중국에 관한 트윗 62건을 날렸다. 이란(9건), 북한(8건)보다 훨씬 많다. 무역전쟁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지지자들에게 ‘외부 위협에 맞서는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또한 재선과 깊은 관련이 있다.

문제는 그의 손가락에 휘둘리는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이다. 지난달 5일 그가 전격적으로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 수입품에 매기는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는 트윗을 날렸다. 세계 금융시장은 그 트윗 하나로 5월 내내 요동쳤다. 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만 해도 5월 초 2만6500에 육박했지만 한 달간 130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그가 “기억하라, 나는 관세맨(tariff man)”이란 트윗을 올리며 무역갈등 고조를 예고했을 때도 다우지수는 하루 만에 799포인트 급락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미 경제 펀더멘털이 비교적 견고한데도 대통령의 변덕 때문에 시장 예측이 어려워진다. 투자자들을 놀라게 하는 그의 트윗과 즉흥적 발언이 주가 급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폴리티코도 “미 언론인들이 대통령이 트윗을 올릴 때마다 마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 것처럼 놀란다”고 전했다.


○ 잠재적 경쟁 상대인 바이든 겨냥

트윗을 재선 도구로 쓰려는 그의 성향을 감안할 때 향후 바이든 전 부통령에 관한 트윗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현재 민주당 대선후보군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트럼프트위터아카이브에 따르면 4, 5월 두 달간 그는 바이든을 주제로 트윗 30건을 날렸다. 민주당의 또 다른 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대한 트윗이 6건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도 2016년 대선에서 경쟁했던 클린턴 전 국무장관, 전임자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을 집중적으로 비난했다. 내년 11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경쟁자를 비판하고 깎아내리려는 그의 트윗 공격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가 최근 트윗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판하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까지 두둔해 큰 비판을 받은 것도 이런 기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표현도 매우 거칠었다. ‘졸린 바이든’ ‘아이큐가 낮은 사람(low IQ individual)’ 등 대통령 품격에 걸맞지 않은 원색적 비난이 대부분이었다. 집권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정적을 비난하기 위해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적국 수장을 치켜세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 재선 때도 트윗 전략 먹힐까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위터를 “타자기와 같다”고 했다. 그는 “긴급 뉴스가 생기면 나는 ‘이걸 봐, 쿵(boom)’하며 트윗을 한다. 그러면 나의 메시지가 모든 곳에 알려진다. 이것은 내가 대중과 소통하는 현대적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전략이 그를 ‘백악관 주인’으로 만드는 데 상당히 기여했다고 진단한다. 최근 트위터 공동창업자 에번 윌리엄스는 CNN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플랫폼의 ‘거장(master)’이다. 그가 트위터란 플랫폼으로 한 일은 천재적”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미국인들이 그의 폭풍 트윗 및 규범을 깨는 트윗에 익숙해진 만큼 2020년 대선에서는 예전만 한 파괴력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온라인 정치매체 힐리포터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새벽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격하는 폭풍 트윗을 올린 지 불과 1시간 만에 그의 트윗 추종자 1150명이 줄었다.

소셜미디어 분석업체 클라우드탱글을 통해 대통령 트윗을 분석한 액시오스도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추종자와의 상호작용(리트윗 및 좋아요 건수를 총 추종자 수로 나눈 것)을 수치화한 결과, 2017년 1월 0.55%였던 상호작용 비율은 지난달 0.16%로 급락했다. 1에 가까우면 긍정적 반응이, 0에 가까우면 부정적 반응이 많다는 뜻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트럼프, 중동철군-이란제재 등 핵심정책마다 ‘자문’… 실세중 실세 ▼

골프장 캐디서 백악관 핵심참모로… 댄 스커비노 소셜미디어 국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사람이 바로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43·사진)이다. 소셜미디어 국장은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신설된 직책이다. 최고 권력자의 말은 곧 힘이다. 그래서인지 대통령의 메시지 창구인 그는 단순히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계정만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미 정부 정책 결정에 깊숙하게 관여하는 ‘실세 중 실세’로 꼽힌다.


○ 캐디에서 백악관 핵심 참모로

스커비노 국장은 1976년 미 뉴욕에서 이탈리아 이민자 후손으로 태어났다. 16세인 1992년 골프장 캐디로 아르바이트를 하다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플래츠버그 뉴욕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고 코카콜라 등에서 일하다 2004년부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관리자로 일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의 소셜미디어 전략을 담당했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신설 직책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이 됐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커비노 국장에게 이란 제재, 중동 파병, 이민 등 핵심 정책을 자문할 정도로 그를 신뢰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을 발표하자 백악관을 찾은 몇몇 의원들이 대통령에게 “국가 안보에 심각한 공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스커비노 국장을 들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그의 진가가 발휘됐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등장한 철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보여주며 반대하는 의원들을 대통령 대신 제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스커비노 국장이 ‘지정학적 전략’이 아닌 ‘트위터 반응’을 통해 국가 정책을 결정하게 만든 순간”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사석에서 “자주 스커비노의 의견을 물어본다. 그는 상식도 풍부하고 감도 좋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절대적 신임을 바탕으로 그는 하루 6번 이상 대통령 집무실을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참모들이 대통령의 기분을 파악하기 위해 스커비노 국장에게 문의하는 일도 잦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2년 5개월이 흐른 지금도 백악관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원년 멤버’다. 연봉도 17만9000달러(약 2억1300만 원)로 백악관 직원 약 120명 중 최고 수준이다.


○ ‘왕좌의 게임’ 트윗도 스커비노 작품

그는 대통령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동행해 대통령 계정으로 트윗을 날린다.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전달할 때도 있고, 본인이 여러 문구를 작성한 후 대통령에게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제시할 때도 있다. 화제를 낳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중 상당수가 스커비노 국장의 작품이라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대표적 예가 최근 종영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대사를 차용한 패러디 트윗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이란 제재를 앞두고 ‘제재가 오고 있다(Sanctions are Coming)’, 올해 4월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2016년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 수사 결과 보고서 공개 직후 ‘공모도, 사법방해도 없다. 게임은 끝났다(No collusion. No obstruction. Game Over)’란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 외 대통령의 일정에 관한 트윗도 대부분 그가 작성한다고 NYT는 전했다.

그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통령과 지지자를 잘 연결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 ‘시리아 철군’ 일화에서 보듯 대통령이 좋아할 정보만 제공하며 최고 권력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논란에도 그가 내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캠프의 핵심 인물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폴리티코는 진단했다. 무엇보다 다른 참모와 달리 치열한 백악관 내 권력 다툼에 휘말리지 않고 언론과도 거리를 두는 은둔자형 행보가 대통령의 신뢰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