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
흔히 참고 넘기면 된다고 치부되는 더위는 사실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심각한 위협을 준다. ‘2017 재해연보’에 따르면 태풍, 호우, 대설, 풍랑, 지진 등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3년부터 5년간 20명이 발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54명에 이른다. 아직 공식적인 정부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왔던 지난해에는 48명이 사망했다고 추정된다. 통계에서 보여주듯 이제는 호우나 태풍, 지진보다 폭염이 더 사망자를 많이 내는 재해가 됐다.
지난해 여름 출간돼 큰 파장을 일으켰던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폭염 사회’는 이런 모습을 좀 더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관점을 제시했다. 1995년 시카고에서 41도까지 오른 수은주에 700여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보고 폭염의 사회성에 주목한 저자는 폭염을 사회 불평등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자연재해가 사회적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영향을 끼치지만 폭염은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피해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장근로자나 군인, 학생 등은 열사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지원 없이 무조건 더위를 참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폭염주의보 발령 시 10분씩, 폭염경보 발령 시 15분씩 쉬도록 하는 열사병 예방 기본수칙을 내놓았지만 강제적인 조치가 아니라 엄격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열사병은 단순히 고온에 노출돼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기류, 습도, 복사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기에 야외 공사장이나 학교 등에 흑구 온도계를 설치해 폭염 예측 정보인 온열지수(WBGT)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근무, 등교 시간 등을 조절해야 한다.
폭염은 단순한 더위를 넘어 목숨을 위협하는 심각한 재난으로 변모하고 있어 보다 많은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그 첫걸음으로 정부가 나서 취약계층에 우선적으로 온열지수를 통한 행동요령을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의무화해야 한다. 지난여름을 반면교사 삼아 지금이라도 폭염에 대한 인식을 바꿔 모든 국민이 폭염이라는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