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토론회서 최저임금 미만율 놓고 설전 고용부 직원 "공공기관은 개인 사업자가 아니야" 김강식 교수 "공공부문 최저임금 위반 사례 많아"
“제가 지방에서 근로감독관으로 수년간 사건을 담당했지만 공공행정 부문에서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사건은 거의 없다. 정부가 개인 사업자도 아니고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최저임금 미만으로 체결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용노동부 직원)
“공공부문 최저임금 위반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다. 저는 많이 봤다. 근로감독을 제대로 안 한 것 아니냐.”(김강식 항공대 교수)
지난달 28일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 정책토론회에서 ‘공공행정 부문 최저임금 미만율’ 수치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고용부 직원은 “제가 지방노동청에서 근무를 했는데 체불임금 사건은 많지만 근로기준 최저임금 위반 사건은 거의 없다”며 “최저임금을 못받는 근로자가 260만명 이라고 하면 최저임금 사건이 엄청나게 많아야 하는데 제가 현장에서 사건을 담당했던 것과 전혀 맞지 않는 수치다. 현실과 전혀 다른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특히 공공행정에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13.5%라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며 “공공행정이라고 하는 것은 정부기관에서 고용하는 것인데 정부기관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최저임금 미만으로 체결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13.5%라는 수치가 나은 것은 통계의 한계 아닌가 생각된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이어 “제가 경험한 것과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실제로 이 정도라고 쉽게 생각하면 굉장히 큰 오해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교수는 “정부에서 만든 통계를 공무원이 못 믿겠다고 하면 저희(학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면서 “공공부문에서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있을 수 없다고 지적 하셨는데 저는 많이 봤다”고 발끈 했다.
고용부 직원 말처럼 개인사업자가 아닌 정부기관이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2014~2018년)간 적발된 공공부문 최저임금 미달지급 기관이 64개소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위반 근로자수는 3258명에 달했다.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지방공기업 등에서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곳이 수두룩한 셈이다.
세부적으로 한국마사회가 절반에 가까운 1513명을 위반했으며, 경상대학교병원(262명), 안산시(135명), 서산시(134명), 남해군(91명), 화성시(63명), 국립공원관리공단(45명), 설악산국립공원 사무소(29명) 등도 다수 적발됐다.
설훈 의원은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들이 지난 수년간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조차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를 토대로 뽑아낸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266만1000명, 공공부문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14만9000명이라는 숫치는 실제와 다소 차이가 날 가능성은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10원 단위까지 따져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가리는데 경제활동인구조사는 조사 단위 자체가 만원 단위이고, 근로자를 직접 조사하는 게 아니라 가구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가족의 대리답변이 많은 데다 답변을 보면 100만원, 150만원, 200만원에 집중적으로 분포해 있어 중간값이 없는 편”이라며 “이런 통계를 가지고 최저임금 미만 여부를 분석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5년 기준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11.5%(222만2000명)로 나타났지만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6.2%(91만5000명)로 큰 차이를 보인다.
경제활동인구조사는 주당 근로시간과 3개월 임금을 토대로 시간당 임금을 산출하고,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는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시간당 임금을 산정하는 차이가 있다. 조사 단위도 경제활동인구조사는 만원 단위,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는 천원 단위로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