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늘린 KCGI 공세에 ‘남매 분쟁’ 조짐까지
서울 중구 한진빌딩 모습 © News1DB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제75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연차총회 의장을 맡으며 한진그룹 회장으로서 공식 데뷔했으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율을 대폭 늘린 KCGI 이른바 강성부 펀드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데다 조현아·현민 자매와의 분쟁 신호까지 감지되고 있어서다.
고(故) 조양호 회장 보유의 한진칼 지분 전량을 상속하면 KCGI 위협을 막아낼 수 있지만 한진가 남매 갈등이 변수다. KCGI가 조원태 사장과 분쟁을 겪는 쪽과 연합해 경영권 장악에 나설 수 있다.
한진칼 지분율이 낮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올해 3월 기준 기준 한진칼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4%다. 최대주주는 지분 17.84%를 보유한 고 조양호 회장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지분율은 2.34%에 불과하다.
경영권 방어의 핵심은 고 조 회장 지분 승계와 남매간 갈등 봉합이다. 고 조 회장 지분을 전량 승계하면 일단 KCGI의 경영권 위협을 방어할 수는 있다.
관건은 상속세 마련이다. 상속세의 명목 최고세율은 50%다. 지분 상속으로 경영권을 넘겨주는 기업 승계 때는 세율이 더 높아진다. 관련법에 따라 최대주주의 주식 상속에는 기존 최고세율에 30%의 할증이 붙는다. 경영권 승계시 실제 부담해야하는 세율은 최대 65%에 이른다.
한진칼 주가를 기준으로 부담해야하는 상속세는 단순산술해도 2000억원에서 3000억원 사이다. 한진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면 상속세가 낮아질 여지가 있지만 반대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현행법은 상속세 납부액이 2000만원을 초과할 때 납세자 신청을 받아 연부연납을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5년으로 나눠 매년 400억원에서 500억원가량의 세금을 분할납부하는 방식으로 고 조 회장 지분을 전량 상속받을 수 있다.
재원은 주식담보대출과 배당 등을 통해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 평가가치의 50% 수준까지 가능하다. 한진칼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지분도 매각해야 한다.
다만 이같은 시나리오는 남매간 갈등이 없을 때를 가정한 얘기다. 만에 하나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조현아·현민 남매간 분쟁이 표면화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고 조 회장 보유 한진칼 지분을 오너 일가가 전량 상속받아도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빚어지면 지분구조에 허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내부에서는 지난달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총수 지정을 놓고 “회장 선임은 의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거짓”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회장 선임 절차에 문제를 제기한 관계자가 있다는 점은 한진그룹 내부에 파벌싸움이 격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조원태 체제에 반기를 든 파벌이 있다 해도 일부 관계자가 단독으로 문제 제기를 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줄을 선 총수 일가 누군가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상황이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의 난’ 전조 현상으로 여겨지는 배경이다.
남매의 난이 가시화되면 조현아·현민 자매가 상속받을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사장의 온전한 우호지분으로 보기 어렵다. 이들 친족이 빠지면 조원태 사장의 확실한 우군은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이사장 지분 5.94%가 전부다. 조원태 사장 지분 등을 더해도 10% 안팎 수준에 그친다.
KCGI가 이 틈을 노려 공격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KCGI는 신규사업부문으로 ‘승계 및 특수상황 부문’을 신설했다. 사실상 한진그룹을 겨냥한 것으로 직접적으로 경영권 승계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뒀다.
조원태 사장과 분쟁을 빚는 사주 일가 중 하나의 자리를 보전해주는 식으로 연합하고 KCGI가 한진그룹 경영권 장악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KCGI 단독으로 한진그룹 경영권을 뒤집는 것보다 더 안정적으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진가 남매의 난이 그룹 앞날의 중요 변수 중 하나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조원태 사장 단독으로 그룹을 완전히 지배할 정도의 지분은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해관계에 따라 나뉜 각자의 세력을 껴안고 남매의 갈등을 봉합할 묘수를 마련해야만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