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의 대담에서 “안동이 지닌 매력적인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알려야 한다. 우리 같은 세대가 아닌 젊은이들이 콘텐츠를 창조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경상북도청 제공
“조선 후기에 안동 지역의 개혁적 유림들은 전통의 힘으로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1일 오후 경상북도 안동시 하회마을 만송정. 야구 모자를 비스듬히 눌러 쓴 백발 남성이 소나무 사이에 자리한 대형 무대에 올랐다. 장편소설 ‘칼의 노래’ ‘남한산성’과 산문집 ‘자전거여행’ ‘연필로 쓰기’ 등을 펴낸 김훈 작가(71)다.
김 작가는 이날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에 참여해 ‘비스듬히 잊혀진 존재의 품격’을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관중 1000여 명 앞에 선 그는 하회마을의 가치를 소개하면서 현재의 우리 사회를 비판했다. 그는 “하회마을은 양반과 상인, 유교와 무속, 선비와 하인이 뒤섞여 600여 년을 공존해왔다. 이런 전통적 덕목이 근대와 잘 접목되지 않아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특징은 악다구니, 상소리, 욕지거리입니다. 지난해 여름, 그 더운 날에 정치인의 점에 대한 공방으로 수개월을 허비했습니다.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 어수선하고 천박한 세상에서, 전통적 가치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전통과 보수 안에도 미래를 열어젖히는 힘이 있습니다.”
김훈 작가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의 대담에서 “안동이 지닌 매력적인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알려야 한다. 우리 같은 세대가 아닌 젊은이들이 콘텐츠를 창조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경상북도청 제공
“서애 선생은 몇 달 동안 고요히 앉아 사유하고 글을 썼습니다. 새가 알을 품듯 오래 기다리고 조용히 기다렸지요 또 제자가 질문하면 몇날며칠 고민한 뒤 답을 주곤 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태도를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그저 뜨고 싶어 하는 이들이 넘치는 천박한 세상이 된 겁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답이 없다”며 오래 고민한 뒤 “일상생활을 바르게 유지하는 게 하나의 답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말을 바르게 하고 잘 듣고 신중히 사유하는 기본을 지키라는 것. 무엇보다 그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친절이라며,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죽은 뒤 친절한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글 잘 쓰는 건 필요 없3고,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목표는 친절입니다.”
김 작가는 2일 경상북도 예천시 초간정에서도 낭독회를 열고 “인문학은 반성하는 것이다. 일상이 올바른지 인간에 맞는 것인지를 반성하는 게 인문학의 사명”이라고 했다.
안동=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