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주말 전자 관계사 사장들을 불러 모아 “단기적 성과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라”고 주문하며 ‘초격차’를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는 메모리반도체 업황의 하락세와 스마트폰 시장의 위축 등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라는 주문을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글로벌 경영환경 점검·대책 회의를 열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50년 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발표한 대규모 투자계획의 차질 없는 집행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발표한 3년간 180조 원 투자와 4만 명 채용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삼성은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마련한 133조 원 투자 계획의 집행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4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이 부회장과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삼성전자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사업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재계에서는 이처럼 이 부회장이 각 사업부 사장들을 모아 투자와 고용계획의 차질 없는 이행을 주문한 것을 두고 삼성전자가 각종 대내외 불확실성에 부딪힌 상황에서 ‘총수’로서 강한 실천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삼성의 전자 계열사 간 사업조정을 총괄하는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소속 임원 두 명이 최근 구속된데 이어 또 다른 임원 한 명도 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여러 계열사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비상 상황인만큼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김기남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방향을 정하고, 동시에 수백 조 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며 “사장들도 공감하며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