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소포 배송오류 문제삼아 中당국 “위법행위 조사 처벌할 것”… 블랙리스트에 페덱스 올릴 가능성 美-中 군사안보 분야서도 충돌 조짐 美 “中, 남중국해 안정 파괴 책임”… 中 “대만 분열시도땐 전쟁 불사”
중국이 미국의 대표적인 물류기업 페덱스(FedEx)에 대한 조사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맞보복전’으로 번지고 있다. 앞서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겠다고 발표해 페덱스가 여기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1일 “페덱스가 택배법 관련 법률을 위반했다”며 “고객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한 혐의에 대해 국가 관련 부서가 정식 조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CCTV는 “페덱스는 조사 기관에 협조할 의무가 있고 중국 당국은 조사 결과에 따라 기업을 처벌할 권한이 있다”며 “다른 외국 기업과 기관, 개인에게 경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기업에 대한 첫 조사”라고 전했다.
페덱스는 지난달 28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소수의 화웨이 소포 관련 주소 오류에 대해 사과한다”며 “이렇게 배송을 하도록 요구한 외부자가 없다는 것도 확인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중국의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는 페덱스가 소포를 도착지인 중국이 아니라 미국으로 보냈고 다른 2개 소포도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시도했다고 고발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에는 “페덱스가 화웨이 제재에 나선 미국 정부를 도왔다”는 주장이 나돌았다.
WSJ는 “페덱스 조사는 중국의 보복 전략 변화를 보여준다”며 “중국은 특정 국가를 압박하기 위해 해당 국가의 기업을 조사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5년 전 윈도와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묶어 판매한 것과 관련해 중국의 반독점 조사를 받았고, 2017년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때문에 롯데그룹이 불매 운동과 각종 조사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달 31일 ‘신뢰할 수 없는 외국 기업 리스트’를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이 화웨이가 허가를 받지 않고 미국 기업과 기술, 부품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과 유사한 조치다. 중국 상무부는 1일 블랙리스트 기준이 △중국 기업에 차별적인 조치 △비상업적 목적으로 시장 규칙과 계약 정신 위배 △중국 기업과 산업에 손해 △국가 안전에 위협 등 4가지 요소라고 공개했다. 페덱스는 물론이고 미국의 제재 방침에 따라 화웨이에 부품, 소프트웨어 공급을 중단하는 기업들은 모두 중국의 제재 대상에 해당된다.
중국이 미국 기업을 직접 겨냥하면서 애플, 테슬라 등 실리콘밸리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양국 경제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기술 냉전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해외 자본 유치와 경제 개방에 악영향을 끼칠 조치를 시작한 만큼 경고 수준이 아니라 치명타에 해당할 징벌성 조치를 미국 기업에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은 남중국해, 대만 등 안보에서도 충돌했다.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연설에서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은 아시아 안정을 파괴하는 행위와 활동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은 미국을 겨냥해 “누군가 감히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분열시킨다면 중국군은 다른 선택이 없다. 전쟁을 불사하고 모든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조국의 통일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2∼4일 남중국해 군사 훈련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