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희 계명대 총장 인터뷰
신일희 계명대 총장은 지난달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계명대가 추구하는 봉사정신은 지구촌 공동체의 어려움에 늘 관심을 갖고 작은 정성을 보태는 마음가짐”이라며 “이를 통해 학생들이 국제적 감각과 올바른 인성을 갖추도록 하는 게 요즘 시대 대학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명대 제공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또 다른 출발점입니다.”
신일희 계명대 총장(80)은 지난달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창립 120주년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신 총장은 “두려운 마음으로 역사를 돌아보고 초심을 다시 생각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며 “교직원 모두 제2의 창립을 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고 밝혔다.
계명대는 1899년 미국인 의료선교사 우드브리지 존슨(1869∼1951)이 세운 서양식 진료소 제중원(濟衆院)의 개척정신과 봉사정신을 잇고 있다. 제중원은 대학 부속기관인 동산의료원의 시작이다. 제중원 설립에는 당시 대구지역 선교 책임자였던 제임스 아담스 선교사(1867∼1929)의 역할이 컸다. 그의 아들 에드워드 아담스(1895∼1965)가 최재화 목사 등과 함께 1954년 설립한 학교가 계명대 전신 계명기독대학이다. 1980년 계명대와 동산의료원이 통합했다. 동산의료원은 올 4월 15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 성서캠퍼스 4만228m² 터에 지하 5층, 지상 20층, 연면적 17만9218m², 병상 1041개의 영남 최대 최첨단 병원으로 문을 열었다.
―학생과 교수, 동문이 제작한 120주년 기념 무료 오페라 ‘나부코’가 대구에서 회자된다.
―강원도 산불 피해 현장 봉사활동 등 안타까운 일이 있을 때마다 앞장서서 나눔을 실천하는 이유는….
“나눔과 봉사, 섬김과 배려 정신을 밑바탕으로 해서 계명대가 성장했다. 교내 건물들의 이름은 오늘날 대학 모습을 갖추기까지 도와준 분들을 기리기 위해 그들의 성(姓)이나 아호를 땄다. 이분들의 정신을 이어받는 교직원의 나눔활동 참여는 전통이 됐다. 2004년 자발적으로 ‘계명 1% 사랑 나누기’를 조직해 월급의 1%를 떼어 매년 약 4억 원을 모아 장학금과 불우이웃 김장 및 연탄 나누기, 난치병 학생 돕기 등에 쓴다. 2015년 3월에는 총장 직속기구인 계명카리타스봉사센터를 만들어 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리스어 ‘아가페’를 라틴어로 번역한 ‘카리타스’는 ‘사랑, 애덕, 자선’을 뜻한다.
“2002년 한중 수교 10년을 맞아 황사 피해를 줄여 보자며 중국에서 벌인 숲 가꾸기가 시작이다. 최근까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17개국에서 96차례 봉사활동을 벌였다. 파견인원은 3400명이 넘었고 지원액은 약 7억 원이다. 학생들은 봉사를 넘어 한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한다. 다녀온 학생들이 스스로 안목을 높이고 인성을 갖춰가며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학교의 지원을 더 늘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점점 ‘대학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지역대학의 설자리가 좁아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현상은 난제다. 대학의 기본과 실력이 그래서 더 중요한 시대다. 학생의 역량과 수준을 높이는 일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하겠다는 열린 마음과 자세를 갖추도록 국제화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계명대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지구촌 어디서나 인정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다. 계명대의 지난 120년은 위기 극복의 연속이었다. ‘세계 속에서 빛을 발하겠다’는 교명처럼 글로벌 대학 위상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62개국, 344개 대학 및 45개 기관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앞으로의 120년을 맞이하는 계명대의 자세는 무엇인가.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