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서 백두대간 인문캠프… 1박2일 일정 1000명 참가 안동 월영교-병산서원 등 둘러봐
1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만송정 솔밭에서 열린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에서 김훈 소설가가 강연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서애 류성룡의 징비(懲毖) 정신을 다시 깨치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치경 씨(80)는 1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만송정(萬松亭) 솔밭에서 열린 ‘제1회 백두대간 인문캠프’에 참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경북도가 관광에 인문학을 더한 1박 2일 기행(紀行) 코스인 백두대간 인문캠프를 시작했다. 이야기와 문화콘텐츠를 접목해 직접 체험하며 추억을 쌓는 여행으로 관광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지역에 연고가 있거나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에서 명사가 참석자들과 토크콘서트를 열고 현장을 탐방한다.
김 작가는 이날 1000여 명의 참석자 앞에서 ‘비스듬히 잊혀진 존재의 품격’을 주제로 하회마을의 가치와 속살을 소개하면서 지금의 사회를 비판했다. 그는 “하회마을은 양반과 상인, 유교와 무속, 선비와 하인이 뒤섞여 600여 년을 공존해 왔다. 이런 전통적 덕목이 근대와 잘 접목되지 않아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특징은 악다구니, 상소리, 욕지거리입니다.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 어수선하고 천박한 세상에서, 전통적 가치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전통과 보수 안에도 미래를 열어젖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세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하면서 유림들의 태도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애 선생은 몇 달 동안 고요히 앉아 사유하고 글을 썼습니다. 새가 알을 품듯 오래 기다리고 조용히 기다렸지요. 또 제자가 질문하면 몇 날 며칠 고민한 뒤 답을 주곤 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태도를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그저 뜨고 싶어 하는 이들이 넘치는 천박한 세상이 된 겁니다.”
인문캠프는 7월 안도현 시인, 9월 정호승 시인, 10월 이원복 만화가로 이어진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명사들의 강연과 탐방지를 연결한 관광 코스를 구상하고 있다. 경북의 관광자원을 인문학적으로 재조명해 재미와 감동의 메시지를 사회에 전하겠다”고 말했다.
안동=이설 snow@donga.com·장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