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겸 미술평론가 김동화씨, 20여년간 스케치 수백점 모아 “특별한 수집에 짜릿함 느끼죠” 23일까지 ‘한국 근현대 드로잉’전
자신의 드로잉 소장품으로 한국 근현대 미술사 전시를 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겸 미술평론가 김동화 씨. 그는 “미술 컬렉션은 자신의 시각으로 선별해 작품들의 맥락을 만드는 ‘실렉션’”이라고 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드로잉’은 통상 예술가가 회화나 조각을 만들기 전 그리는 스케치를 말한다. 이 드로잉으로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돌아보는 전시가 관심을 끈다. 23일까지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素畵(소화)―한국 근현대 드로잉’전이다.
박수근부터 평소 접하기 힘든 김영주, 최욱경은 물론이고 이불까지 없는 작가가 없다. 작가 수 218명에 작품은 300여 점. 그런데 전시 작품 90%가 한 사람의 소장품이라니 더 놀랍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겸 미술평론가 김동화 씨(50)가 20대부터 모아 온 작품들이다. 지난달 23일 전시장에서 그를 만났다.
미술작품 수집이라면 흔히 투자를 얘기한다. 그런데 그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진다고 여겨졌던 드로잉을 모두 국내 작가 작품으로 수집했다. 독특한 수집의 이유를 묻자 그는 투자가 목적이 아니라고 했다.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모은 것도 특징. 그는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퍼즐을 맞추듯 수집한 것”이라고 했다. 전시는 그 퍼즐을 어느 정도 맞췄다는 생각이 들어 열었다고 한다.
예술과의 첫 만남은 20대 후반.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레지던트 시절 서점에서 본 화집이었다. 예술이 감각을 전달하는 방식에 충격을 받고 책 수백 권을 읽었다. 이후 전국 화랑 지도를 그리고 휴가마다 곳곳을 다니며 정보를 수집했다. 그 결과 나타난 컬렉션을 그는 ‘나의 표현’이라고 했다.
“소장자에겐 그림이 물감이고 전체가 작품이에요. 전 개인의 수집으로 끝나기보다 미술사 맥락을 정리하고 학예적 가치를 만들어 기여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쌓인 연륜으로 전시 평론을 쓰고 국립현대미술관 연구 논문을 발간하는 등 미술계에서도 이미 전문가다. 그런 그는 ‘단색화’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보인다고 했다.
자신은 그림을 보고 발동하는 미감을 기준으로 작품을 소장하기에 손해 볼 일이 없다며 웃었다.
“보통의 소장자는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희생을 감수하고 그림을 사요. 그런데 투자를 위해 샀다면 값이 떨어질 때, 그림만 봐도 화가 나지 않을까요?”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