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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된 헝가리 교민[현장에서/김자현]

입력 | 2019-06-03 03:00:00

헝가리 유람선 사고 현장. 부다페스트=뉴시스


김자현 사회부 기자

“우리 국민이 사고를 당했는데 조금이라도 손을 보태야죠.”

1일 오후(현지 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내의 시신안치소. 부다페스트 제멜바이스 의대 6학년 윤태웅 씨(24)는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를 담담하고 낮은 톤으로 말했다. 목소리에 짙은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윤 씨는 사고 발생 다음 날, 대학 한인학생회 홈페이지에서 자원봉사자 모집 글을 보고 바로 지원했다. 윤 씨의 주 업무는 인솔과 통역. 다른 봉사자들과 병원과 호텔을 교대로 오가면서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피해자 가족들과 한국 공무원들에 대한 업무 지원을 하고 있다. 혹시라도 말이 안 통해 화장실을 찾지 못할까, 길을 잃을까, 작은 도움이나마 절실한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는 게 윤 씨의 몫이다. 윤 씨는 “저뿐 아니라 다른 지원자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실종자들을 빨리 찾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헝가리에서 발생한 초유의 대형 사고에 이렇듯 현지 교민들의 지원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군, 경찰, 소방 등 지원 인력이 대규모로 파견됐지만 헝가리어를 써야 하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여전히 큰 벽이다. 그러자 교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윤 씨 외에도 학생, 일반 교민 등 20여 명이 봉사활동에 참여 중인데, 봉사활동 문의는 계속 줄을 잇고 있다.

현지에서 ‘로얄덴탈클리닉’을 운영하는 치과의사 이창준 씨(33)도 사고가 발생하자 즉시 병원 운영을 중단하고 현장을 찾았다. 지난달 31일 오후 실종자 및 구조자 가족들이 있는 부다페스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이 씨는 현지 심리상담가와 함께였다. 구조자나 실종자 가족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에 대비해 정확한 심리 진단을 위한 의학 전문용어 통역을 도왔다.

교회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부다페스트 한인교회 문창석 목사(64)는 “구조된 분들이 생존의 기쁨보다 함께 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물도, 죽 한 술도 잘 뜨지 못하셨다”며 “이분들이 감당하는 아픔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30년째 선교활동을 해온 김흥식 씨도 하루 종일 호텔 로비에서 통역을 지원했다.

현지 기업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주헝가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헝가리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이 속한 재헝가리상공회의소는 대책반을 구성해 각종 물품과 교통편 지원에 나섰다.

부다페스트에선 지금 모두가 애타는 마음으로 뭉치고 있다. 각자의 일상을 중단하고 모여든 현지 교민들의 마음은 하나다. 실종자를 하루빨리 찾는 것이다.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겪고 있는 유람선 사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눠 짊어질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에서

김자현 사회부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