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고로(용광로)에서 대기오염물질의 무단 배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현대제철이 운영 중인 당진제철소 1∼3고로의 전경. 현대제철 제공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용광로)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논란으로 현대제철에 ‘조업정지 10일’ 처분이 내려지면서 철강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처분을 내린 지방자치단체는 환경부 판단을 감안한 법적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철강업계는 처분이 현실화되면 사실상 제철소 문을 닫으라는 소리라며 우려하고 있다.
○ 고로 조업정지 처분 확산 조짐
2일 현대제철과 충남도 등에 따르면 충남도는 지난달 사전 통지했던 당진제철소 2고로에 대한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지난달 30일 확정지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도 각각 고로 1기에 대해 경북도와 전남도로부터 지난달 조업정지 10일 사전 통지를 받고 의견서 제출이나 청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중 현대제철이 처음으로 조업정지 처분이 확정된 것이다.
철강업계는 고로의 조업을 정지한 채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최대 4, 5일로 보고 있다. 그 이상 고로 조업을 정지하면 쇳물이 굳어버려 재가동하려면 3∼6개월이 더 걸리는 까닭에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업정지 10일 동안 문제를 시정하지 않으면 30일 조업정지 처분, 허가 취소 등이 줄줄이 이어지는데 현재로선 브리더를 대체할 기술이 없는 상태다. 현재 국내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등 제철소 3곳에 고로 12기가 있는데, 모두 같은 방식으로 운영돼 앞으로 무더기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어떻게든 조업정지 처분을 피하려 가처분 신청, 행정소송 등을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반응이다. 당장 현대제철은 행정소송을 진행해 조업정지 집행을 미루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 50년 운영 고로 브리더, 왜 문제됐나
고로 브리더는 제철소 고로 위에 4개씩 설치된 일종의 비상밸브다. 고로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폭발 위험이 생기면 자동으로 열린다. 지자체도 폭발 위험으로 브리더가 열리는 경우는 예외 사례로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두 달에 한 번가량 고로에 열풍 주입을 중단하고 고로 내부를 정비할 때다. 수증기를 주입하는데 이 작업 초반에도 높아진 내부 압력 때문에 폭발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로 브리더를 길게는 1시간까지 열어놓는다는 게 철강업계의 설명이다.
철강업계는 “통상적으로 오전에 정비 작업을 하기 위해 새벽에 브리더를 개방하는 것”이라며 지자체가 철강업에 대한 이해 없이 성급한 처분을 내렸다는 반응이다. 휴풍 기간에 고로를 정비해 가면서 고로를 운영하는 것은 공정 특성상 꼭 필요한 과정이고, 세계적으로 브리더 개방 없이 고로를 정비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지자체로부터 브리더 개방 관련 기술 문의를 받은 세계철강협회는 “세계적으로 환경 당국이 휴풍 시 고로 브리더 개방을 문제 삼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염 물질 배출량에 대한 논란도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연간 10회 미만으로 고로를 정비하고, 1시간씩 브리더를 열면 초반 5분 내외로는 일산화탄소와 이산화질소 등이 배출되긴 하지만 그 이후엔 대부분 수증기가 배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국립환경과학원이 드론을 이용해 브리더 개방에 따른 배출가스 상황을 조사했는데 전남 광양제철소 인근 지역에서는 눈에 띌 만한 대기 질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조업정지 카드를 빼들기 전에 지자체와 철강업계, 환경당국 등이 머리를 맞대고 먼저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연속 공정의 특성상 조업을 정지하면 아예 일관제철소 문을 닫으라는 소리다. 조선 및 자동차 등 각종 산업에 미치는 여파가 큰데 대안 마련 없이 사안을 너무 쉽게 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dodo@donga.com / 당진=이기진 / 포항=장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