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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발사 의도는 대화하자는 것”… 국방장관, 北위협 축소 논란

입력 | 2019-06-03 03:00:00

정경두, 아시아안보회의 기조연설



비핵화 토론장 된 ‘샹그릴라 대화’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 사진 오른쪽)이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과 웃으며 악수를 하고 있다. 같은 날 회의에 참석한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오른쪽 사진 아래)의 뒤로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오른쪽)이 지나가고 있다. 싱가포르=AP 뉴시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한미일 국방 수장의 온도 차는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제18차 아시아 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가 열린 싱가포르에서 3국은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미일 국방장관이 북한을 ‘엄청난 위협’이라고 지적했지만 한국은 대화를 위한 메시지라며 ‘북한의 속사정’을 알리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엄청난 위협(extraordinary threat)”이라며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실현하기 위한 협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또 “북한의 능력은 역내 동맹국 및 미국 영토 등을 확실히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같은 날 기조연설을 한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일본 방위상은 강력한 미일동맹을 강조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변치 않았다. 일본 전역이 사정권이고 미 본토와 유럽도 타격할 수 있다”며 “북한은 모든 탄도미사일을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한미일은 평화로운 한반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이견이 없다”면서도 “북한 문제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한국 중국 러시아 등에는 국제적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연대를 호소하고 싶다”고 했다. 대북제재 이행에 한국이 좀 더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는 취지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호주 3국 국방장관은 이날 별도로 3자 회담을 열고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매우 중대한 위협이다. 북한의 FFVD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계속하자”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같은 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기조연설 내용은 확연히 달랐다. 정 장관은 9·19 남북 군사합의 이행 내용을 소개한 뒤 “남북 군사 상황이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 정 장관은 질의응답에선 북한의 지난달 미사일 발사에 대해 “대화로 풀어가려는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숨겨진 의미”라며 “북한은 미국에 조금 양보해 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을 두고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북한 위협을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 국방 수장이 적국인 북한을 앞장서 대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논란이 가열되자 정 장관은 “한국 입장에서도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이라며 “다만 ‘남북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한 건 군사 합의로 지해공(地海空) 완충 구역이 설정되면서 직접적인 군사적 긴장도가 낮아졌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북한이 지난달 4일과 9일 쏜 미사일의 정체에 대해서도 미일과 한국은 확연히 다른 입장이었다. 이와야 방위상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매우(extremely)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섀너핸 대행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정 장관은 싱가포르에서도 “(북한이 쏜 미사일의 정확한 정체를) 분석하고 있다. 이는 한미의 공식 입장”이라고 재차 밝혔다. 그러나 이와야 방위상은 이날 “미일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미국 입장이 한국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일이 각자의 대북 정책에 유리한 쪽으로 미국 입장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정 장관은 비핵화 방법론에 있어서도 ‘완전한 비핵화’라고 언급해 미일이 촉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나 FFVD와 미묘한 온도 차를 보였다. 다만 한미일 국방장관이 2일 3자회담 후에 낸 공동 언론보도문에는 “3국 장관은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VID)를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에 따라”라는 표현이 포함됐다.

싱가포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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