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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떠나는 한미 군사동맹 심장부… 미군 ‘보안’도 고려한듯

입력 | 2019-06-04 03:00:00

[한미연합사 평택 이전]




한미 양국 군은 3일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령부의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 이전 결정의 주된 이유로 작전 효율성과 임무수행 여건 제고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신뢰 부족과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강하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용산 국방부 영내 이전 합의 1년여 만에 번복


당초 한미는 용산 미군기지 안에 있는 연합사를 인근 국방부 영내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2017년 말부터 지난해 초에 걸쳐 양국 군은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세부 방안을 강구하기로 합의까지 했다. 이후 우리 군은 국방부 지하벙커와 합동참모본부의 일부 건물 등 3곳을 개보수해 연합사의 미측 인원 200여 명을 분산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부임하면서 상황이 확 달라졌다. 그는 연합사의 국방부 영내 분산 수용 시 업무 효율성 저하와 미측 장병의 근무 여건, 가족 거처 문제 등을 들어 ‘독립 건물’을 요구한 것. 한국이 여의치 않다며 난색을 표하자 그는 평택기지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부임 전부터 연합사를 쪼개어 한국군 영내에 두기보다 평택기지 이전을 선호했다”며 “그의 연합사 평택 이전 요구는 미 국방부를 거쳐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돼 재가를 받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 한미 군 역량 분산으로 대북 상황 시 대처능력 분산될 수도

군은 연합사의 평택기지 이전이 작전 효율성과 임무 수행 측면에서 더 낫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장병 대부분이 평택기지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데 연합사만 용산 국방부에 두면 인력 분산 등으로 빈틈없는 한미 공조가 힘들다는 것. 군 관계자는 “연합사를 온전한 형태로 평택에 두고, 우리 군과는 지휘통제(C4I)시스템으로 업무 협조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전 비용 절감과 이전 시기 단축 등의 이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하지만 한미 군사동맹의 ‘심장부’가 평택으로 내려가면 유사시 연합방위태세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한미 군 지휘부가 서울 용산과 평택으로 분리되면 분초를 다투는 위기 상황 시 즉시 대처 등 역량 발휘가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해 1월 한 강연에서 “연합사가 용산 국방부 영내에 함께 자리하면 한미동맹의 군사적 역량을 한곳에 집중시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주장대로라면 연합사의 평택 이전은 군사동맹의 역량을 분산시키는 ‘패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시작전권 전환 후 연합사는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사령부’로 대체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연합사가 평택으로 이전하면 미래연합사가 미군기지의 부속시설처럼 되면서 전작권 전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평택기지의 미래연합사는 한미 공동시설·구역으로 별도의 절차와 규정에 따라 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신뢰가 이전보다 줄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없지 않다. 국방부 영내에 연합사를 두면 미측의 군사기밀과 북한·주변국 관련 민감한 첩보사항들이 한국 측에 유출될 소지가 있어 평택 이전으로 방침을 급선회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군 고위 소식통은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연합사를 한국군이 이끌더라도 미국은 가급적 자신들의 영향권에 두고 연합체제를 관리하려고 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기조가 미국 우선주의에 부합한다고 보고 평택 이전을 승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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