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 8월 전기료 누진제 완화… 가구 평균 月1만원대 할인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매년 7, 8월마다 전기요금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을 뼈대로 한 누진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올여름 가구당 전기요금은 월평균 1만∼1만8000원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요금 할인으로 늘어나는 비용을 한전이 부담해야 한다는 견해다. 한전은 1분기(1∼3월)에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기요금누진제 민관 태스크포스(TF)’와 소비자단체, 학계, 정부가 참여하는 누진제 개편안 토론회를 열고 그동안 검토한 3가지 방안을 공개했다.
1안은 매년 7, 8월 누진제 구간별 사용량을 확대해 전기를 많이 써도 요금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이다. 현행 누진제는 △1단계 200kWh 이하 △2단계 201∼400kWh △3단계 400kWh 초과로 돼 있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요금이 비싸다. 이를 1단계 300kWh 이하, 2단계 301∼450kWh로 확대하는 것이다.
2안은 매년 7, 8월에 3단계 구간을 폐지해 201kWh 이상은 모두 2단계 요금을 내도록 하는 식이다. 3안은 누진제를 폐지하고 단일요금(kWh당 125.5원)을 적용하는 것이다.
전기 사용량이 많으면 2, 3안의 요금 할인 폭이 크지만 2안은 전기를 가장 덜 쓰는 1단계 사용자의 요금 변화가 없다는 점이, 3안은 1단계 사용자 요금이 35%가량 오른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정부와 한전은 지난해 8월 가구당 전기 사용량이 평균 347kWh로 월평균 전기 사용량(235kWh)보다 많았던 만큼 여름철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누진제 개편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1안처럼 7, 8월에 한시적으로 누진 구간을 넓혀 전기를 많이 써도 요금이 급격히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번 누진제 개편 방안도 사실상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전의 적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별도의 조치 없이 여름철 전기료 인하를 반복할 경우 결국은 누적적자를 재정으로 메워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은 “원전 가동률을 늘리지 않는 한 당분간 재무상황이 좋지 않을 것 같아 우려가 많다”며 “한전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공기업이지만 뉴욕증시에도 상장된 주식회사다. 저소득층에 에너지 바우처를 주는 등 다른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장경제에 맞는 것 아니냐”고 했다. 1안을 채택하면 한전은 매년 추가비용으로 2847억 원을 떠안아야 한다.
주요국보다 낮은 전기요금 체계 때문에 전력 사용량이 많은 상황에서 여론 눈치를 보느라 소비효율화에 대한 고민은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정치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으면 효율이나 분배 측면에서 누진제 운용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호정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교수는 “소비자들이 온실가스 감축, 기후 변화 등에 관심이 높은 만큼 이를 위한 요금 인상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