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닛산 공장 佛 이전 추진에 곤 회장 잡아들인 도쿄지검 특수부 日 법원, 곤 구속영장 4번 다 발부… ‘국책수사’에 언론도 지원 사격 국익 對 형사사법의 엄정함·공정성, 어느 쪽이 우선이고 정의인가
최재경 객원논설위원·법무연수원 석좌교수
프랑스 국적인 곤은 1999년 도산에 직면한 닛산을 맡아 자산 85%를 매각하고 전체 사원의 14%를 감축하는 과감한 비용 절감과 가혹한 구조조정을 했다. 그 결과 닛산은 2003년 4643억 엔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 일본의 영웅으로 칭송받던 곤이 급전직하 도쿄지검 특수부의 칼날 앞에 서고 몰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곤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는 극적인 집요함이 보인다. 곤의 체포 직후 닛산의 일본인 최고경영자(CEO)는 심야 기자회견을 열어 내부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곤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닛산과 미쓰비시는 11월 22일 이사회를 열어 곤을 해임했다.
올 3월 6일 곤은 구속 108일 만에 보증금 10억 엔을 내고 보석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4월 3일 곤이 트위터로 폭로성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도쿄지검은 다음 날 새벽 곤을 특별배임 혐의로 다시 체포했다. 이번에는 닛산이 오만 판매대리점에 보낸 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였다. 보석으로 풀려난 사람을 또 체포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일본 검찰은 같은 달 22일 곤을 4번째로 기소했다. 사흘 만에 도쿄지방법원이 곤의 보석을 허가했지만 주거 제한과 출국 금지, 아내와의 접촉 금지 등 가혹한 조건을 달았다.
곤의 체포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지만 닛산 통합 문제가 발단이라는 평가가 많다. 사실상 프랑스 국영기업인 르노의 자회사 닛산이 르노 매출을 추월할 정도로 급성장하자 마크롱 대통령과 곤은 닛산과 르노를 통합해 닛산 생산공장을 프랑스로 옮기려 했는데, 이를 막으려는 일본과 닛산의 일본 측 임직원들이 검찰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곤을 찬양하던 일본 언론도 표변해 그를 닛산 협력업체와 근로자를 파탄시킨 파렴치범으로 몰아붙였다.
프랑스를 위시한 해외의 시각은 차갑다. 일본이 위기 상황에서 외국인 경영자를 데려다 쓴 뒤 상황이 호전되자 버렸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크다. 일본 언론과 검찰, 법원, 재계가 일사불란하게 담합해 외국인 기업인을 매도하고 구속하는 모습은 엄청난 충격을 줬다.
곤에 대한 수사를 보면 그간 도쿄지검 특수부에 가졌던 환상이 깨어지는 느낌이 없지 않다. 구속기간을 거듭 연장해 가며 새로운 혐의로 4차례나 체포하고 기소했다. 법원이 보석 청구를 기각하고 곤의 이사회 참석이나 언론 대응을 막는 모습에서도 ‘추상열일(秋霜烈日·가을 서리와 여름 햇살, 형벌이 엄하고 권위가 있음)’의 엄정함이나 인간에 대한 연민은 보이지 않는다. 소위 ‘국책(國策) 수사’의 대상이 된 외국인 기업인에 대한 저류의 적의와 결기가 느껴질 뿐이다.
곤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를 몇 번씩이라도 받아주고, 분쟁이 일단락된 이후에야 비로소 엄격한 조건을 붙여 보석을 허가하는 일본 법원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런 형사사법 절차 이면에도 정의가 있는 것일까. 국가와 사회공동체의 이익이 우선인가, 아니면 국가 이익은 무조건 정의라고 볼 것인가. 론스타는 현재 한국 정부를 상대로 5조3000억 원 규모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하고 있다.
최재경 객원논설위원·법무연수원 석좌교수